한국 축구의 「역사」인 효창운동장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일본청소년대표팀이 99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 22일 국내 축구계는 우울한 소식에 망연자실해야 했다.
서울시 의회가 백범 김구선생 서거 50주기(6월26일)를 맞아 효창운동장을 비롯한 현재의 효창공원 주변 공유지를 공원화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효창운동장을 철거하기로 하고 관계부서와 협의하고 있다는 것.
시의회는 이미 「효창원 성역화및 백범기념관 건립촉구결의안」을 의결한 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 관계인사와 기관에 협조서한을 보냈다.
효창운동장이 어떤 구장인가. 59년 완공, 83년 인조잔디를 깔아 부상의 위험은 있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천후로 공을 찰 수 있는 서울에 몇 안되는 운동장이요, 그야말로 아마축구의 요람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아마축구대회는 효창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다. 전국대회 준결승이나 돼야 동대문운동장의 천연잔디에서 공을 찰 수 있을뿐이고, 잠실주경기장은 아예 대표팀 경기나 돼야 개방한다.
효창운동장이 철거되면 어린 축구선수들은 「맨땅」으로 또는 비만 오면 「뻘밭」으로 변하는 50년대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일본의 결승진출을 보고 「투자의 당연한 결과」라고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내심 부러워하지 않았는가.
시의회는 공문에서 「효창운동장이 사적의 전면에 위치해 사적지로서의 존엄성과 숭고함이 희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축구는 국기다. 축구장은 「소음」만 내는 위락시설이 아님은 물론이다.
한일축구의 역학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요즘 백범이 과연 한국축구의 산실인 효창운동장까지 헐고 성역화작업을 원하고 계실까. 어쩌면 축구팬들은 백범의 정신이 깃든 효창공원을 더 많이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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