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불신의 계절은 물러가고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정부와 재계의 표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와 대우그룹이 몸통을 잘라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다짐하고, 사업맞교환(빅딜)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반도체 빅딜 타결로 재벌 구조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성공했다. 이에따라 2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정부·재계간담회는 오랜만에 덕담을 나누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갈등과 불신의 1년2개월 정부와 재계는 현정부 출범 이후 1년2개월동안 줄곧 반목의 세월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정권초기에는 재무구조개선과 투명성을 골자로 한 재벌개혁 5개항을 놓고 양측의 힘겨루기가 지속됐고, 지난해말부터는 빅딜이 지연되면서 정부와 재계의 관계는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빅딜을 비판한 배순훈(裵洵勳)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옷을 벗는가 하면 최근에는 김대통령이 나서 『5대재벌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시킬 수 있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등 모진 진통을 겪었다. 그 결과로 나타난 재벌개혁의 밑그림은 일단 합격점이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재벌의 체질을 바꾸는 데 힘을 기울였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 기대 잔인한 세월을 보낸 재계는 이제 정부가 선물을 줄 차례라고 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로부터 기대하는 가장 큰 선물은 8개 구조조정 대상업종의 출자전환. 재계 관계자들은 통합법인을 설립했거나 설립할 예정인 석유화학 철도차량 항공 등의 업종은 채권단이 갖고 채권을 출자로 전환해야만 외자유치와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통합법인 설립과 빅딜 등에 따른 세금부담도 엄청나기 때문에 세제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는 저비용저효율구조 개혁이 남은 과제 정부는 재벌개혁의 밑그림이 그려짐에 따라 하드웨어의 개혁은 본론에 접어들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고비용구조는 개선된 반면 저효율은 여전한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일소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재벌들은 우선적으로 공표한 개혁과제를 실천하고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정부는 재벌의 구조개혁 약속이 원안대로 성사될 것으로 확신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때문에 앞으로도 정부와 재계 사이에는 「불안한 데탕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적지않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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