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이버세계] 사이버 공간 민주주의 몸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버세계] 사이버 공간 민주주의 몸살

입력
1999.04.23 00:00
0 0

「네티즌(netizen) + 데모크라시(democracy)= 네티즌크라시」네티즌들 사이에 PC통신을 통한 민주주의의 실험이 펼쳐지고 있다. 실험무대는 컴퓨터관련제품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모임인 하이텔의 OSC동호회. 5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국내최대의 사이버동호회다.

이들은 서로 얼굴도 모르고 자주 접하는 사이도 아니지만 컴퓨터라는 사이버공간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몸살을 심하게 겪고 있다.

동호회 운영을 놓고 파문이 확산된 것은 19일. 대표운영자(시솝)를 현직에서 물러나게 하자는 탄핵안이 발의되면서부터다.

동호회 회칙대로 200명 이상의 발의에 따라 탄핵안이 제기돼 현재 탄핵여부를 결정하는 찬반투표가 26일까지 진행중이다.

대략 5,000~1만명의 회원이 투표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투표결과에 따라 대표운영자의 거취가 결정된다. 때문에 하이텔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회원들간에 연일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물러나라』 『굳이 물러날 필요까지 있느냐』 『왜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느냐』 등 선거때나 볼 수 있는 듯한 주장들이 서로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동호회의 갈등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98 가격논쟁에서 비롯됐다. 대표운영자가 가격과 관련해 한 발언이 파문을 빚고 회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파문이 커져갔다.

이어 『잘못을 시인하라』 『왜 답변이 없냐』 『대표자격이 없다』 등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탄핵절차까지 사태가 비화했다.

외견상 이 문제는 동호회운영을 둘러싼 갈등이나 잡음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문제해결을 이뤄가는 네티즌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있다는 것이 PC통신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차분히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느 쪽의 의견이 더 일리가 있든 선거결과가 말해주는 것 아닙니까』.

하이텔 동호회 담당 나종범씨는 『회원들이 직접 뽑은 대표자가 회원들의 의견을 종합하지 않고 개인의 의견만을 내세우면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탄핵에 나선 이들이 동의를 얻지 못하면 역으로 곤란해지겠지요』라고 덧붙인다.

동호회 대표운영자를 놓고 탄핵까지 간 것은 PC통신 동호회 사상 유례가 없다. 이전에도 어느 정도 말썽이 있었지만 대부분 탄핵 전에 사과나 적절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동호회운영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갈 때 민주적인 합의과정과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사례』라는 것이 네티즌 대부분의 시각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탄핵 반대의견들

『탄핵에 대한 사유가 미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탄핵을 해서 대표시솝을 바꾸면 비평토론란이 잠잠해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될까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다시 새운영진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을 듣고 흥분한 여러 사람들에 의해 똑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입니다. 대표시솝이 충분히 자기 색을 나타내기도 전에 그가 어떻게 동호회를 이끌어 나갈지 알기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우리들의 힘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탄핵의견 글들을 보니 여러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엉터리로 되고 있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어떤 분이 얘기하신 것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이뤄진 동호회이지 무슨 회사나 정식 법인같은 것이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탄핵까지 간다는 것은 좀 그렇군요』

『그분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셨을 거고 사람이라는 것은 살면서 누구나 한두번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만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탄핵 찬성의견들

『회칙을 무시하고 운영진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은 맡은 바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 판단됩니다. 탄핵에 대한 의견에 찬성합니다』

『단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입니다. 배신을 당한 듯한 회원들 기분은 좋지 않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오고갑니다. 운영자님의 결단을 기대하겠습니다. 한사람이 지위를 남용하고 권한을 행사하면 이사회가 어떻게 잘 움직이겠습니까』

『큰 동회회에서 대표운영자가 권력을 남용하였다면 당연히 본보기로 탄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