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누설인가 아니면 개인적 신념인가.『큰 틀의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 『국민회의의 8월전대는 창당에 버금가는 형태로 가야한다』는 청와대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의 22일 발언이 알려지자 여야 정치권은 모두 어리둥절해 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재벌개혁과 신노사문화 구축에 몰두하고 있는 때에 수석비서관이 경솔한 발언으로 초점을 흐리고 야당에게 새 전선(戰線)을 형성할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우선 청와대는 진화에 부심했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개인의견』이라고 평가절하했고 김수석 자신도 『결단코 현재 (정계개편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여야 3당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국민회의의 반응은 반(半)수긍 반부정. 정동채(鄭東采)기조위원장은 『총선에서 힘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개혁세력들을 규합해 보자는 취지로 해석했다』고 일면 긍정하면서도 『자민련과의 공조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자민련을 배려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공식적으로는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논평조차 꺼렸지만 한 당직자는 『정책·이념에 따른 개편이라면 우리와는 결별하겠다는 뜻이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의 시각은 다양해서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신뢰성이 없는 얘기』라고 본 반면 윤여준(尹汝雋)총재특보는 자민련과의 결별가능성에 주목했다.
결국 관심의 초점은 김수석 발언의 현실성과 DJ의 의중, 물밑에서의 관련 움직임여부 등에 모아진다. 먼저 현실성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 여권의 실천력도 의심받고 있다. 『개편을 일으킬 만한 뚜렷한 요인이 아직 없는데다 야당내의 호응이 별로이고 여권의 추진력도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인위적인 정계개편에는 별 뜻이 없다』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물밑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여권 핵심인사들이 정치개혁협상을 앞두고 분위기 탐색을 위해 야당 중진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계개편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는 않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김수석 얘기중 국민회의 8월 전대 부분은 주시해야 할 대목으로 평가된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이 최근 수차례 당내 회의석상에서 창당의 정신으로 8월 전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사실과 김수석의 발언이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8월 전대를 기해 과감한 젊은층 수혈, 당지도체제 개편 등 국민회의의 변신이 시도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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