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중엔 『경고(慶高)가 경고(警告)받을 짓을 하고 있다』는 우스개 경구(警句)가 화제다. 「경고(慶高)」는 다름아닌 김영삼 전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교」를 말한다. 김 전대통령의 측근인 경남고 출신 한 의원이 최근 『한나라당이 내년총선에서 부산의 일부 지역구 공천때 김 전대통령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YS의 내년총선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즉각 이런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 것이다.■그의 말이 김 전대통령의 뜻을 대변한 것인지 여부는 당장 확인할 길이 없지만, 시중의 정서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 소속정당을 위해 총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까지는 비판할 일이 못된다. 하지만 김 전대통령은 현재 어느 정당과도 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며, 더욱이 한나라당과는 지난 대선기간중 절연(絶緣)한 바 있다. 따라서 YS총선개입론은 지역정서에 매달리는 몇몇 동문인사들의 유치한 발상수준이 아닌가 싶다.
■김 전대통령의 선거판 개입 유·불리는 궁극적으로 유권자 판단몫이다. 섣부른 정치개입 논란은 전직대통령을 욕보이게 하는 처사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들은 바로 근신해야 할 장본인들이다. 비서실장에 경호실장, 장·차관에 이르기까지 소위 「힘깨나 쓰는」요직을 독점해 오죽하면 「동창회 정권」이라는 비난을 들었겠는가. 그들이 요즘 비판하는 「호남독식」시비의 「교과서」가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진군나팔은 울렸고 대세는 돌이킬 수 없다』며 이런 기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착각은 자유다. 전직대통령을 출신지역의 골목대장 정도로 비하하는 이런 전략은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총선에서 입지를 하려면 떳떳하게 자신의 정견으로 심판받을 생각을 해야지, 지역정서에 편승하겠다는 것은 새치기나 다를 바 없다. 유권자들은 이런사람들부터 골라내 정치를 맑게해야 한다. /노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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