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철강업체인 미국의 US스틸이 60년대 케네디 대통령에게 밉보였다가 불이익을 당해 기업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습니다. 정권에 대항할 수야 없지만…』 대한항공사태를 바라보는 재계의 심정은 「침묵속 항변」으로 요약된다.겉으론 침묵, 속으론 「정권이 대주주인가」 재계는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감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총수퇴진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재계의 대표격인 전경련과 주요 그룹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이 사석에서 털어놓는 속내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주주총회와 이사회라는 나름대로의 절차를 거쳐 선임된 기업대표를 정권이 나서 바꾸라고 「명령」한 점은 시장경제와 기업자율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전문경영인체제가 낫다」는 데 대한 검증도 없이 오너를 배척한 것 역시 정권이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주장도 들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임명직 장관을 바꾸듯 총수도 교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확전은 원치 않아 재계는 그러나 재벌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대한항공사태를 기점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재벌의 사업맞교환(빅딜)이 반도체를 분수령으로 사실상 마무리되고, 대우 등의 주요 재벌들이 대규모 구조조정계획을 내놓은 터에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벌에 대해 상징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노동계의 춘투(春鬪)에 대응할 수 있는 명분을 쌓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초조감 감추지 못하는 기업들 여전히 불안한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취임초기에 「능력 없는 오너경영인은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이 현실화한 점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경쟁력없는 기업에 대한 간접적인 퇴진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 방법은 직접적인 퇴진압력 대신, 채권은행단을 통한 제재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각제 추진 등에 따른 정권의 장악력약화를 점치는 재계의 기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정부측이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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