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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진의 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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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진의 언동

입력
199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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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업무 한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자주 전면에 나서고, 「개인의견」임을 내세워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고, 지나친 간섭으로 비쳐질 발언이 돌출하고 있기 때문이다.21일 대한항공 경영권 문제와 관련한 강봉균경제수석의 발언이 정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은데 이어, 22일에는 김정길정무수석이 정계개편과 관련된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김정길수석은 한 대학원 동문회의 초청 간담회에서 『큰 틀의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정계개편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으로 정무수석의 입장에서 이런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발언 직후 자민련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한나라당은 공식성명을 통해 김수석의 발언을 비난하는 한편 여권의 야당 흔들기가 또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파문이 일자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밝힌 것뿐』 이라고 해명했으나 의심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강봉균경제수석의 발언도 적절치 않았다. 전날 대한항공 경영권과 관련한 대통령의 언급이 지나쳤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수석이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기는 커녕 한발 더 나아간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대통령의 언급중 재계에 필요이상의 충격과 반발을 일으킬 요소가 있다면, 이를 완화하는데 발언의 초점을 맞췄어야 한다.

그런데 강수석은 『대규모 운항감축 및 금융제재등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말은 자칫 「협박」으로 들릴 우려가 있다. 정부 관련부처나 금융당국이 법과 제도에 따라 조치해야 할 일을 청와대가 미리 말로 단죄할 필요는 없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말 그대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중 수석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소리내지 않고 조용하게 일하면서 소관 부처업무를 조율하거나 측근 참모로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정부업무에 간섭하게 되면 부처의 장관들은 할 일이 없어지고, 결국 효율적 행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취임초에 김대통령은 과거 정권의 폐해중 하나가 「비서 정치」였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대통령의 비서는 정치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보좌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비서진은 대통령의 이같은 다짐을 다시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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