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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여보세요, 오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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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 "여보세요, 오부치입니다"

입력
199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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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오부치입니다. 게이조입니다」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의 「직격 전화」가 일본에서 화제다. 처음 전화를 받고는 『누가 장난을 치나』하지만 이내 총리임을 알고는 깜짝 놀라기마련이다. 전화가 끝나고도 어리둥절하지만 시간이 가도 총리의 마음 씀씀이가 가슴속에 남는다.

오부치총리가 지난해 8월 7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국유덕(富國有德)」의 국가 목표를 제시한 며칠 후. 「부국유덕」을 처음 주창한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가와카쓰 헤이타(川勝平太)교수는 부인이 놀란 얼굴로 건네주는 수화기를 받아 들었다.

대뜸 『오부치입니다』로 시작된 전화는 『부국유덕이란 말을 잘 썼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의견을 들려 주십시오』로 끝났다.

이렇게 시작된 「총리의 전화」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첫 대정부 질의에 나선 초선의원, 비판적 기사를 쓴 평론가, 캐리커처를 그린 만화가, 전국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고등학교 교장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전화를 받는다. 소박하고 자상한 내용에 마치 동네 아저씨와 통화한 듯하다는 게 대체적인 소감이다.

지난달 3일 병석에 누운 아내의 뒷바라지를 위해 시장직 사임의사를 밝힌 오사카(大阪) 다카쓰키(高槻)시 에무라 도시오(江村利雄) 시장도 「총리의 전화」를 받았다. 『정말 사임합니까』라는 물음과 『오랫동안 고민해 어렵게 내린 결정입니다』라는 대답. 오부치 총리의 맺음말은 『알겠습니다, 부인을 소중히 돌봐 주십시오』였다.

취임 당시 「식은 피자」등 온갖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오부치총리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도 「직격 전화」가 상징하는 소탈한 인간미 때문이다.

역대 우리 지도자들의 굳은 표정은 그의 모습과 너무 비교된다.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의 무게에 짓눌린 때문일까. 좋은 정치란 국민을 편안하게 한다. 우리 지도자들도 근엄한 표정을 좀 풀면 안될까.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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