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다리없는 9세소년 '한국판 오체불만족' -『구원아, 길게 쓰면 너무 힘드니까 「안녕」이라고 짧게 줄여서 쓰렴』
『아녜요. 저는 어린이니까 「안녕히 계세요」라고 써야돼요』
9살인 이구원(李救援)군은 요즘 인터넷 이메일(E-mail)을 사용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 형과 누나들로부터 날아오는 인터넷 편지가 마냥 신기하고 즐겁다.
하지만 구원이는 망가질 정도로 세차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다. 사지가 하나도 없는 선천성 장애아. 그래서 특수제작된 소독저를 입에 물고 자판과 터치스크린을 두드려가며 힘겹게 「또 다른 세상」과 만난다.
구원이가 살고있는 곳은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성산리 산자락에 자리잡은 「성(聖) 황석두 루가전교수도회」. 엑스레이 촬영기 제조공장에 다니다 산재를 당한 구원이의 아버지는 팔 다리가 없는 그를 낳았고 갈곳없던 구원이를 수도회의 김동일(金東一·54)신부가 거두었다. 구원이는 김신부를 아버지로, 수사와 수녀들을 삼촌·이모라 부르며 자랐다.
구원이는 96년께 후원자인 정지홍(鄭址弘·39)교수의 도움으로 컴퓨터와 처음 접하게 됐다. 정교수가 주변의 지원을 받아 구원이에게 데스크탑PC를 마련해 줬던 것.
처음엔 그저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던 구원이는 차츰 재미를 붙여 지금은 「게임 도사」가 됐다. 최근에 나온 「품바」게임이나 「풍선 색맞추기」게임은 웬만한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
3월초엔 PC통신업체 「넷츠고」가 평생 무료 아이디를 제공, 인터넷의 세계와 접할 수 있게됐다. 유난히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구원이가 『간접적으로라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길』 바라는 주변사람들의 도움도 한몫을 했다.
넷츠고의 직원이나 구원이를 돌보는 수녀들이 가끔씩 구원이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알려주지만 아직은 너무 버거운게 사실. 특히 동시에 자판을 눌러야하는 글자를 쓰려고 안간힘을 쓸때는 보는 이들을 안쓰럽게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구원이의 이메일(goowon@netsgo.com)로 들어온 형과 누나들의 편지가 벌써 십여통. 수십분이 걸려 「안녕하세요. 구원이예요.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라는 짤막한 답장을 완성한 구원이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구원이 같은 순수한 아이가 지속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보급되는 것도 시급한 문제죠』 정교수를 비롯한 구원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바램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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