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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민생명 담보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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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민생명 담보 파업

입력
1999.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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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 문이 열린 채 달리거나, 전동차에서 갑자기 연기가 치솟아 멈춰서기도 했다.서울지하철 노조 파업이 3일째 계속되면서 영화에나 나올듯한 아슬아슬한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평소같으면 한달 발생 건수에 육박하는 많은 사고들이 며칠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고중 상당수는 고의 고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하철공사측은 『배터리가 완전 방전돼 전동차가 멈춰서고 출입문 레일에 볼트가 끼어있거나 잠금장치가 가동돼 문이 열리지 않는 점 등은 인위적인 원인을 배제하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고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노조는 『정비불량 등으로 발생한 사고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진상조사에서 고의고장 의혹에 대한 의문들이 풀리겠지만 만에 하나 노조측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이는 시민들의 발을 묶는 정도를 벗어나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설사 고의고장이 아니더라도 이미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는 꼴이 돼버렸다. 핸들을 놓은지 2∼10년된 간부사원이나 퇴직자들이 운전대를 잡고 있고 「수박 겉핥기」식 일상점검에다 월별 정비 등이 중단돼 기존 사고는 차치하더라도 대형사고의 위험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정비불량으로 충돌이나 화재·폭발사고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상당수 시민들은 이미 지하철 이용을 포기하고 있고 파업에 대한 원성도 커지고 있다.

타당성 여부를 떠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권 투쟁의 최후수단으로 파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지하철 노조가 헤어날 수 없는 궁지에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른 방법을 모색할 때다.

/황양준 사회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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