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학교내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중 최악의 유혈사태였다. 15∼16명에 달할 것이라는 사망자 수도 충격적이지만, 범행수법과 잔혹성도 10대 학생들이 용의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끔찍했다.미 연방수사국(FBI)은 경찰특공대(SWAT)를 현장에 급파했고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한 200여명의 경찰관이 학교주변을 봉쇄했다. 매캐한 화약냄새와 피로 뒤범벅이 된 현장은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절규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건은 콜로라도주 덴버시 남서쪽 칼럼바인 고교에서 20일 오전 11시30분께 터졌다. 목격 학생들에 따르면 검은 색 코트 차림의 복면을 한 괴한들은 점심시간이 임박한 이날 낮 교사 복도로 들이닥치면서 동료 학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쇠파이프탄으로 추정되는 폭탄의 폭음도 두차례 이상 들렸다. 괴한들은 이후 복도, 도서관, 식당 등을 오가며 무차별로 자동소총을 쏴댔다.
웨스 래머스(17)군은 『이들이 소수민족과 운동선수를 골라 조준 사격했으며, 흰색 T_셔츠를 입은 한 괴한은 지붕으로 수류탄을 던졌다』고 말했다. 재닌이라고 밝힌 학생은 『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총을 쏴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지만 주변이 순식간에 피범벅이 됐다』며 울먹였다.
존 스톤 제퍼슨 카운티 보안관은 『용의자는 이 학교 2학년 학생 3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중 2명은 도서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숨진 용의자들의 몸 주위에 총탄 자국과 폭탄이 매어져 있는 것으로 봐 이들이 자살을 기도하면서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 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망자들이 모두 학생인지 교직원도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사건 현장이 너무 복잡해 흩어진 시신들을 밖으로 옮기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증언결과 이들은 검은색 복장만을 입고 다니는 학교내 불량서클인 「트렌치 코트 마피아」 단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8~10명 정도인 이들은 새로 구입한 총기등을 자랑하면서 평소 흑인과 히스패닉계에 적대감을 보여왔다.
한편 총격사건의 와중에서 밀러부인으로 알려진 이 학교 여교사가 총성에 놀라 복도를 따라 무작정 대피하려는 학생들을 합창실로 안내하는 기지를 발휘, 60여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4시간여가 지난 오후 4시45분께 검은 옷 차림의 용의자 3명을 현장에서 연행했으며, 제3의 용의자가 학교 건물내에 숨어 있을 것으로 보고 오후 7시께 특공대가 건물안을 수색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덴버시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MLB) 「콜로라도 로키스」와 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팀은 희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는 뜻에서 이날 밤 경기를 연기했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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