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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채석강...낙조... 봄경치의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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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채석강...낙조... 봄경치의 `으뜸'

입력
1999.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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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요의 한가운데에서 파도는 숨을 멈춘다. 반도에 가득한 아름다움이 절정을 맞는 순간이다. 해는 노란 분말을 털듯 몸을 떨다가 슬쩍 해무 속으로 사라져 버리거나, 혹은 세상을 붉게 태우고는 제열에 겨워 바다에 풍덩 잠긴다. 전라북도 곶부리 변산반도의 봄 낙조. 고즈넉하고 엄숙한 장관이 뜨겁고 격렬한 동해의 일출과는 또 다른 감흥을 자아낸다.예로부터 「춘변산 추내장」이라 했다. 봄경치의 으뜸은 변산이라는 뜻이다. 낙조는 물론이고 기암이 더욱 장관인 해변, 바람이 이는 포구, 계곡과 폭포, 각종 불교문화재와 천연기념물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변산하면 시루떡을 큰 스케일로 조각해놓은 듯한 채석강을 빼놓을 수 없다. 아직도 물이 흐르는 강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격포해수욕장 한켠에 자리잡은 기괴한 모양의 바위이다.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 기슭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강(江)이 아닌 강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솟아올랐다가 풍우와 파도에 깎인 동해안의 바위와는 달리 채석강은 수억년에 걸쳐 퇴적된 수성암이다. 한권씩 한권씩 책을 쌓아 놓은 듯한 형상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88년 변산반도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에는 건축업자나 수석업자가 이 절경을 조각내 조경용 석재로 팔아먹기도 했고 격포항 방파재를 쌓는데에도 많은 양이 들어갔다. 자연유산에 대한 무지함에 통탄할 따름이다.

채석강 옆으로 펼쳐진 격포해수욕장은 대천, 만리포와 더불어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불린다. 갯벌 대신 고운 모래가 깔려있고 서해바다 치고는 수심이 깊다. 해수욕장을 지나 천연기념물 제 123호인 후박나무군락지를 거쳐 용두산을 돌아가면 2㎞의 해변에 펼쳐진 또하나의 절경 적벽강(赤壁江)과 만난다. 이 곳 역시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즐겨 찾던 적병강에서 이름을 빌렸다.

격포항은 이제 식당가로 변해 포구의 정취를 느끼기 어렵다. 격포 바로 남쪽에 붙어있는 궁항을 찾으면 호젓함에서 오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물이 빠지면 시멘트 포장길로 항구 바로 앞의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개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포장길옆 갯벌과 바위에는 굴 바지락등이 지천이다.

변산반도의 명물은 바닷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뉘어있는 변산의 최고봉(의상봉)은 509㎙로 높지 않지만 부안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넓다. 넓은 산자락에 직소·선계·중계폭포, 와룡·가마소등 절경이 곳곳에 숨어있다. 633년(백제 무왕34년)에 창건된 고찰 내소사는 반드시 들려봐야 할 곳. 특이한 절이름은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다녀갔다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단청을 들이지 않은 원목 그대로의 절건물이 담백한 운치를 풍기고 절로 들어가는 200여㎙의 솔숲길도 다정하다. 내소사 가는 길에는 내변산의 기암을 배경으로 짙은 녹색의 보리밭이 뻗어있어 봄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다. 부안=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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