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는 명기가 있었다. 매창 이계생(1573~1610)이다. 신분은 천했지만 시로 태어나 시로 인생을 마친 진정한 문인이었다. 그의 시는 정과 한이 담뿍 녹아있는 뜨거운 연가이다.매창은 평생 세 명의 남자를 만났다. 첫사랑은 천민출신으로 시재를 드날린 촌은 유희경이었지만 맺어질 수 없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던 그는 김제군수로 부임해온 이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럴즈음 이귀의 친구이자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1569~1618)이 부안을 찾는다. 허균은 매창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친구의 연인임을 알고 정신적인 사랑만을 나눈다. 매창도 허균에 마음이 다가갔지만 그의 침소에 조카딸을 들여보내며 멀리한다. 그러나 매창의 부음을 듣고 허균이 지어보낸 시는 매창과 그의 시에 대한 허균의 사랑을 짐작케한다.
「어여쁜 시구는 비단결같고/ 맑은 노래는 구름도 쉬게 하네/ 하늘에서 복숭아를 훔쳐 이땅에 왔더니/ 불사약을 훔쳐 사랑을 두고 떠났구나」
매창의 시는 구전되다가 사후 58년이 지나서야 부안현의 관리들에 의해 57편이 책으로 묶였다. 매창집이다. 74년 4월27일 부안의 매창기념사업회는 부안군청뒤 상소산 기슭 서림공원에 시비를 세웠다. 매창이 님을 그리며 시를 짓고 거문고를 탔다는 너럭바위 금대 바로 앞이다. 부안을 지나면서 그의 시비를 찾아 한번쯤 읊조려보자. 유명하고 친근한 시가 적혀있다.
「이화우 흩날릴 적에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도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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