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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여왕 한국방문] 내가 본 엘리자베스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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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여왕 한국방문] 내가 본 엘리자베스여왕

입력
1999.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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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 상·張 裳·이화여대 총장 -바로 엊그제 한 조간신문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지난 「1,000년간의 최고 지도자」로 엘리자베스 1세(재위 1558~1603) 영국여왕을 선정했다는 외신을 전했다.

여성이 공직진출을 꿈도 꾸지 못했던 400여년전 왕위에 올라 최소한의 유혈로 국력이 보잘 것 없던 영국을 일약 슈퍼파워로 끌어올렸다는 것이 뉴욕타임스가 밝힌 선정이유였다.

그날 아침, 여왕을 이화에 맞이할 준비로 설레고 있던 나에게 그 기사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1,000년동안의 최고 지도자」라니.

엘리자베스 여왕의 한국방문이 확정되고 이화대학방문에 대한 준비과정을 영국측 관계자들과 의논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여왕의 이대방문 목적이 매우 사려깊은 선택이라는 사실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분은 짧은 이화방문을 통해 한국여성에 대한 세 가지 주요관심사를 해소하고자 하였다. 여성교육, 장애인문제, 그리고 전문직 여성들의 실태 등이었다. 이화대학이라는 특정대학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한국여성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이라는 게 더 적절하였다.

마침내 4월20일, 화창한 햇빛을 받은 신록의 이화 캠퍼스는 더없이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한·영수교 10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여왕을 캠퍼스에서 만난다는 설렘으로 모든 이화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들떠 있었으며 도착 1시간 전부터 여왕의 행차구간을 메우고 있었다. 그토록 환희로 일치된 아름다운 캠퍼스의 정경은 참으로 오랜만의 체험이었다.

예정시간보다 10분쯤 늦게 마침내 여왕께서 도착하셨다. 차에서 내리는 여왕의 모습은 눈부셨다. 투명한 코발트색 하늘과 4월말의 신록에 진정으로 어울리는 코발트색 꽃무늬의 투피스와 파란모자, 그리 넓지 않은 모자의 챙 밑으로 반짝이는 투명한 파란색의 눈, 너무도 완벽한 자연과의 조화였으며 반세기에 걸쳐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왕위직을 수행해 온 근엄하면서 자애로운 노숙녀의 모습이었다.

가깝게 모시고 설명해 드리는 1시간은 그분이 왜 영국인은 물론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실험실의 학생들이나 장애를 지니고 있는 학생, 그리고 전문직에 진출해서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과의 대화에서 여왕은 상황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우 깊고 폭넓은 질문을 하셨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매우 진지하게 들으셨다.

특히 장애학생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셨다. 시각장애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인도견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너와 개가 함께 배우겠구나』하시면서 유머도 잃지 않으셨다.

여성이 프로축구 심판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라시면서 남성팀의 게임에도 나가느냐는 질문과 함께 규칙을 매우 엄격히 알아야겠다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인삼성분 분석에 관해서는 제약과의 관련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시고 많은 질문을 담당교수에게 하였다.

한마디로 그분의 모습은 단지 73세의 「상징적 여왕」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1세 여왕으로부터 400년이 지난 오늘 여전히 「1,000년동안의 최고 지도자」를 계승하는 진정한 여왕다운 「탄탄함」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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