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둑 김강룡이 고위공직자들의 「이상한 세태」를 우리에게 드러내줬다. 그들이 안전한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집에 거액의 현찰뭉치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웬만한 월급쟁이의 1년치를 넘는 돈이 수표가 아닌 현찰로 집에 있었다.현찰은 보관하기에는 가장 위험한 반면 자금유통경로가 끊기므로 받거나 쓰기에는 가장 안전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액수가 1천만원대로 넘어가는데 현찰을 고집한다면 상식의 눈으로는 정상이라고 보기 힘들다.
■왜 현찰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처남의 사업자금이더라도 은행에 넣어뒀다가 처남계좌로 이체하면 가장 안전하고, 또 수표로 보관하면 잃어버렸을 경우 되찾기도 쉽다. 그런데 왜 현찰다발로 집에 보관했을까.
물론 현찰로 보관하지 말라는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안전한 보관방법을 마다할 이유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통장에 넣어두면 부인이 빼쓰기 때문에 현찰로 냉장고에 보관했다는 해명도 있던데, 통장제도를 너무 모르는 유치한 변명이다.
■도둑의 말을 100% 다 믿을 순 없다. 도둑의 말에 거짓·과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여과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지사와 경찰서장의 집에 있던 현찰뭉치는 피해당사자들이 인정한 부분이므로 현재로선 여과과정을 거친 「사실」이다.
이 사실을 토대로 이제 도둑의 말이 아니라 현찰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현찰이 뭔가를 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것을 외면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찰이 하는 말을 이미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세태를 통해 정권이 바뀌었어도 「고위공직자는 여전히 현찰을 좋아한다」는 말이 성립한다. 역으로 「현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위공직자다」라는 말은 어떤가. 당연히 거북하고 어울리지 않는 연결이다.
외국의 경우등을 볼때 현찰을 선호한다고 하면 마약거래자 무기밀매자등 검은 거래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직자를 연결시키는게 자연스러울리 없다. 그런데도 그 부자연스러움에 대해 사과나 반성은 전혀 없으니 이상하지 않은가. /홍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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