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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오너도 정부도 결단을

입력
1999.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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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대한항공의 상하이 사고와 관련, 『대한항공은 전문경영인이 나서서 인명을 중시하는 경영체제로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특정기업의 경영권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재계 전반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일부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이 지나쳤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아래 어떤 기업이 잘못을 했다해도 시장에서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개별기업에 대해 경영층 교체라는 가장 민감한 부분까지 언급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만 맡기기에는 당장 대한항공 문제가 다급한 것이 사실이다. 한 기업의 손실이라는 차원을 넘어 국가 이미지 및 신뢰도 추락을 초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겨우 살아나려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까지 있다.

『항공사는 사기업이지만 그 자체가 「한국」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통령 발언을 사기업에 대한 간섭차원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의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설득력이 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중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어느 형태가 됐든 기업의 수익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면 된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대한항공은 성장위주의 경영에만 매달리는 오너경영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듯, 현재 오너의 경영체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또 기업지배구조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얼마전 기업지배구조원칙 최종안을 확정했다. 구속력은 없지만, 원칙에서 벗어날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족벌경영체제의 폐해를 법적·제도적으로 방지하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항공부문에 대한 정부 관리체계도 문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사고율 제로를 기록한 미국에서 보듯이 항공사고 방지는 정부의 강력한 지도감독과 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항공사에 끌려다니기만 했을 뿐 항공사고 방지를 위한 전문인력도,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 정부는 대한항공 최고 경영자들의 「책임 전가 및 회피」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도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직접적이고 일정한 선을 넘은 측면은 있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직접 나섰겠느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대한항공측은 직시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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