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의 부인인 치과의사 최수희(崔秀姬·당시 31세)씨와 한살배기 딸 모녀가 서울 은평구 불광1동 M아파트 5동708호에서 목졸린 시체로 발견된 것은 4년 전인 95년 6월12일. 이날 아침 8시20분께 아파트에서 연기가 새나온다는 주민들의 연락을 받은 경비원 조모(59)씨가 소방서에 화재신고를 한뒤 인터폰을 눌러도 응답이 없자 9시5분께 동료들과 함께 다용도실 창문을 뜯고 들어가 보니 안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소방관들이 9시35분께 진화를 끝낸 뒤 집안을 둘러본 결과 화장실 욕조안에서 최씨모녀가 물에 뜬 채 숨져있었다.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가득 담겨 있었고 최씨는 엎드린 채로, 딸은 위를 보고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최씨와 딸의 목에는 끈으로 졸린 흔적이 뚜렷했고 최씨의 속옷이 무릎아래로 벗겨져 있었다. 안방에서 난 불은 장롱일부와 옷들을 태운 상태로 꺼졌으며 현금과 수표 50여만원은 그대로 있었다.
당시 경찰은 수사초반 용의선상에 남편 이씨, 사건 3년전인 92년 숨진 최씨와 불륜관계에 있었던 인테리어업자 J씨 두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그러나 J씨는 사건당일날 애인 김모양과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완벽하게 증명됐지만 이씨는 여러 불리한 정황증거들이 많이 제시됐다. 경찰은 시체를 뜨거운 물속에 넣어서 사망시간 추정에 혼선을 준 점, 장롱에 불을 지르고 안방 문을 닫아놓아 「지연(遲延)화재」를 낸 점 등으로 보아 고도의 의학적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능범이 범인이고 이는 바로 외과의사인 이씨라는 주장을 폈으며 사건발생 80여일만인 그해 9월2일 이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이씨는 불이 나기 전 오전7시에 출근을 했고 그때까지 부인과 딸은 살아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며 범행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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