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빈방한 이틀째를 맞은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은 산업현장을 방문하고 한국 5대그룹회장과 면담한 뒤 이화여대와 인사동 전통문화거리를 찾는 등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부군 필립공도 여왕과 별도로 산업현장과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엘리자베스여왕 내외는 저녁에는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청와대 국빈만찬
엘리자베스여왕 내외는 오후 7시 청와대 영빈관에 도착, 현관에서 김대통령내외의 영접을 받았다. 양국 정상 내외는 이어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만찬장에 들어섰다.
김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아름다운 한국의 봄과 함께 오신 여왕폐하 내외분과 일행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여왕폐하는 1883년 두나라가 수교한 이후 한국민이 백년을 기다려온 귀한 손님』이라고 인사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영국은 한국근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우리에게 친구로서, 또는 파트너로서 항상 도움과 격려를 주었다』며 19세기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베델, 한국전에 참여했던 수만의 영국젊은이, 70, 80년대 한국경제의 성공을 위해 함께 땀흘렸던 영국기술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또 『셰익스피어와 비틀스는 세대를 이어 한국젊은이들의 지성과 감성을 풍요롭게 해왔으며 「우리별 1호」는 한국과 영국의 과학기술이 함께 이루어낸 협력의 상징이 돼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여왕은 답사에서 『한국전이 일어났을때 선친 조지6세가 왕위에 계셨으며 휴전협정은 53년 저의 대관식 6주후 서명됐다』고 회상한 뒤 『한국전 발발 50주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우리는 한국민이 산산조각난 나라를 다시 세우고 세계 주요산업국가를 만들어낸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여왕은 『이러한 경제재건은 놀라운 성공담』이라며 『대통령님의 지도력과 확고부동한 의지, 한국민의 힘찬 노력으로 한국은 위기를 극복하였으며 현재 구조조정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은 2시간 30여분간 시종 화기애애하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만찬에는 3부요인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김영배(金令培)국민회의총재대행 등 정계인사와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 등 국무위원, 장재국(張在國)한국일보회장 등 언론계 인사를 포함, 우리측에서 176명이, 영국측에서 공식수행원 35명이 참석했다.
산업현장 방문
엘리자베스여왕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대우자동차 디자인센터를 방문, 자동차 신모델 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여왕 일행은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 내외의 영접을 받은 뒤 차량 의장디자인 스튜디오로 향해 K-200 4WD 차량의 디자인 개발과정을 시찰했다.
옥색 정장차림의 여왕은 심봉섭(沈奉燮)대우자동차기술연구소 부사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100여평의 스튜디오 곳곳을 둘러봤으며 모형자동차 앞에서는 『어떤 재료로 만들었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대우자동차는 이날 여왕방문에 맞춰 개발이 진행중인 컨셉트 차량「미래」를 선보였다.
여왕의 뒤편에서 차분하게 차량 디자인 과정을 살펴본 필립공은 연구소 관계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필립공은『50년동안 산업현장을 시찰하다보니 어설픈 전문가 흉내는 낼 수 있게 됐다』고 말을 꺼낸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는 어떻게 교환을 하느냐』『전기자동차는 엔진이 뒤에 있어야만 하나』 등의 질문을 했다.
엘리자베스여왕은 이어 오전 11시5분께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 벤처기업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애니드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여왕의 이 회사방문은 최근 이 회사가 영국의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캠브리지 애니메이션으로부터 30억원어치에 달하는「애니모」프로그램을 구입하는등 영국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
스튜디오에 들어선 여왕은 안내를 맡은 이 회사 배종광 사장에게『사무실이 깨끗하고 좋다』 『이정도 시설이면 투자를 많이 했겠다』등의 말을 건네며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전과정을 둘러봤다.
15분 가량 원작의 스캐너 입력, 컴퓨터 채색과정, 편집, VTR 실연등을 지켜본 여왕은 회사 관계자들에게 전설이나 전통설화를 주로 다루는지, 창작물을 많이 제작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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