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황진이] 한국 창작오페라의 전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황진이] 한국 창작오페라의 전진

입력
1999.04.21 00:00
0 0

볼 만하고 들을 만한 창작오페라가 태어났다. 15~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황진이」는 한국 창작오페라의 전진이다. 탄탄한 관현악을 바탕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낯설고 지루한 데가 없지 않지만 극적 요소를 강화하고 무대연출을 보완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조선시대 명기 황진이의 삶과 예술을 극화한 이 작품은 작곡가 이영조의 「처용」에 이은 두번째 창작오페라. 우리 가락과 장단을 양악에 무리없이 녹여내는 그의 능숙한 솜씨가 다시 한 번 발휘됐다. 장구, 꽹과리 등의 절도있는 사용, 반음계적 선율, 장구 장단의 시조창 아리아 등으로 전통과 현대를 성공적으로 결합했다.

낡은 방식으로 전통을 빌려오거나 현대적 어법을 강요하는 데서 오는 난해함을 모두 극복했다. 특히 2막 끝에 나오는 황진이의 아리아 「청산리 벽계수야」는 일품. 합창도 훌륭하다. 2막에서 기생들이 황진이를 시샘하며 부르는 「질투의 노래」는 익살스러움으로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고 삶의 무상함을 노래하는 4막 피날레의 「산이 비었는가」는 종교합창을 연상케하는 숙연함으로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이같은 음악적 성공은 초연 현대오페라를 열의를 갖고 소화해낸 지휘자 김정수의 공이 크다. 가수로는 황진이역 네 명의 소프라노(김영미 김유섬 신주련 신지화) 중 김유섬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오페라페스티벌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그는 성깔있는 음색과 표현력으로 황진이의 관능과 긍지를 잘 그려냈다. 남자가수로는 화담 역의 테너 임산, 벽계수 역의 바리톤 우주호, 지족선사 역의 베이스 김명지가 만족스런 호연을 보여줬다.

초연인 만큼 아쉬움도 있다. 대본(구상 원작, 운조병 각색)의 파노라마식 줄거리 전개방식은 황진이의 성격을 설득력있게 부각시키는 데 부족했다. 어차피 기승전결 방식을 택하지 않은 이상, 좀 더 압축하고 각 장면에서 극적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채상묵이 안무한 춤도 좀 더 정돈되어야 할 것 같다. 「황진이」는 이번 공연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다듬어 지방을 돌고 세계 무대에 나갈 것이라 한다. 첫 발은 일단 멋지게 떼었다. 가능성이 보인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