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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우의 결단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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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우의 결단에 기대한다

입력
1999.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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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이 19일 발표한 대우그룹의 추가 구조조정계획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전체적인 골자는 대우중공업의 조선부문 등을 매각해 9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동차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팔겠다는 회사들(혹은 보유주식)은 한결같이 흑자를 내는 기업이다.지금까지 흔히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부실부분을 털고 알짜배기 계열사만을 챙기는 것으로 이해돼 왔다. 특히 재벌들은 군살빼기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을 때 빚투성이의 곁가지 기업들을 적당히 잘라내는 시늉만 하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였다. 그런데 이번에 김회장은 이런 관행을 깨고 계열사 중에서 알짜배기 몸통들을 골라 팔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 이번 발표는 국내외에 퍼진 대우의 자금난 루머에 대한 답변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답변이라고 보기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획기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대우그룹은 전체규모(자산기준) 78조원중 28조원어치를 처분, 몸집을 35.9%나 축소하는 것이다. 게다가 줄이는 회사들은 모두 흑자기업들이고 남는 회사들중엔 적자기업이 많다. 남는 기업중 전문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대우자동차가 대표적인 적자기업이다. 결국 김회장의 메시지는 「흑자기업을 팔아 그 돈으로 적자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여기엔 흑자기업이 아니면 쉽게 팔리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당연히 고려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지금은 적자기업이더라도 앞으로의 전망을 중시해 결국은 자동차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사업가로서의 전략적 판단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은 이미 양날의 칼이다. 재벌조차도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스스로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는다. 쌍용이 그랬고 삼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쌍용·삼성자동차를 우여곡절 끝에 인수했거나 인수하게 된 대우가 또 자동차로 그룹의 승부를 걸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기자회견장에서 김회장의 표정은 줄곧 상기돼 있었다.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으며 『일생의 마지막 사명감으로 여기고 과거의 대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김회장의 선언은 매각시한인 10월말까지 그 성패를 드러낼 것이다. 해외출장중의 과로로 머리수술까지 받았던 김회장은 다시 일에 뛰어들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대우」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도전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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