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 적에게 폭탄을 퍼부은후 귀가해 잠을 청하는 「출퇴근 전쟁」시대가 열렸다. 그것도 전장은 미국에서 한참 떨어진 신유고연방 땅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유고공습에 첫 실전 투입된 첨단 B2 스텔스 폭격기(사진)이다. B2폭격기는 미 본토 미주리주 기지를 발진, 유고에 폭탄을 투하한 후 귀환한다. 공중급유를 받으며 왕복 비행을 하는 것이다. 한회 출격에 44만달러이상이 드는 「출혈」을 무릅쓰는 주된 이유는 최신장비에 대한 보안때문. 해외주둔시 레이더 회피기술 등 B2를 둘러싼 비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부수효과도 있다. 해외기지나 중간기착지가 필요없기 때문에 「양키 고 홈」따위의, 주둔지나 분쟁주변 국가의 반미(反美)감정에 대한 걱정도 없어졌다.집에서 출퇴근하는 새 「전쟁패턴」은 전투 조종사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한 조종사는 폭격임무를 마치고 귀가해 집의 잔디를 깍았다고 말했다. 다른 조종사는 직장에서 아직 안 돌아온 아내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식사후에는 함께 야구구경을 갔다고 전했다. 이들의 말에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의 팽팽한 긴장감이나 치열함은 배 있지 않았다. 사실 B2 조종사들에게 표적은 레이더상에 나타난 점일 뿐이다. 각 목표물에 대한 정보가 이미 입력돼 있는 정밀유도무기의 발사 버튼만 누르고 회항하면 「임무끝」이다. 작열하는 폭연속에 숨져가는 군상들의 처절한 아우성은 그저 TV에서나 대할 수 있는 장면이다.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준 후 비행기에 오르는 조종사들에게서 과거 전투조종사에게 느껴지던 비장함은 찾기 어렵다. 어느 것이 더 인간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쟁의 휴머니티적 요소들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다.
yunsukm@hk.co.kr윤석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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