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공업의 인수를 둘러싸고 국내 최대재벌 현대와 삼성이 혈전을 벌이고 있다.양대그룹은 정부로부터 강도높은 몸집줄이기와 재무구조 개선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8월말 국제경쟁입찰에 부쳐지는 한중을 인수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다각적인 작업에 나섰다. 삼성은 이해규(李海揆)중공업 사장이 최근 주총에서 한중인수를 공개적으로 선언했으며, 현대는 한중에 대한 연고를 바탕으로 인수전에 나서 한치양보없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이와관련, 5월11일 한중매각을 위한 국제입찰공고를 내고, 8월말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중의 인수대금은 2조원대로 추산돼 국내에선 사실상 현대와 삼성밖에 인수여력이 없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해외에선 미국의 GE가 20%지분참여를 검토중이며, 미쓰비시 ABB 지멘스 알스톰등이 동남아시장의 전략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와 삼성의 한중인수 명분
현대는 한중의 전신인 현대양행의 주인이었던 점과 80년 중화학 투자조정때 신군부에 빼앗겼던 것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룹간 대규모사업교환(빅딜)과정에서 한중에 발전설비를 양도하고, 한중으로부터 일정지분(15∼20%선)을 받기로 한 것도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중공업 창원공장이 한중의 공장을 인수한데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사실상 하나의 공장으로 인수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아인수 실패후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으로 힘을 비축한 것도 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두재벌의 한중 인수 문제점
두그룹의 한중인수에 따른 문제점도 물론 있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중장비사업을 볼보에 매각한후 다시금 한중을 인수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공업이 주력업종에서 빠진 것도 약점이다. 반면 현대는 현 정부들어 기아, 한화에너지, 한남투신등을 잇따라 인수함으로써 재무구조개선과 부채비율축소가 발등의 현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편 현대가 한중을 인수할 경우 그룹자산은 88조806억원(99년3월기준)에서 91조3,123억원, 부채는 72조532억원에서 75조2,849억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은 자산의 경우 61조606억원에서 64조2,923억원, 부채는 43조161억원에서 45조1,678억원으로 확대된다.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이내 축소가 5대재벌의 최대현안인 상황에서 현대와 삼성이 한중인수를 위해 끝까지 싸울 지 관심이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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