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붕괴의 서곡인가. 그동안 겁없이 치솟으며 뉴욕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해온 첨단관련기술주가가 19일 일제히 대폭락했다. 이른바 「.com」(다트 컴)열풍의 주역인 인터넷주가 모인 나스닥지수는 이날 138.43포인트, 5.57%가 빠지는 폭락세를 보였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세계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8월31일 8.5% 하락에 이은 사상 두번째 낙폭이다.인터넷의 「귀족주」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 기업 최고 「스타」로 떠받들어지던 인터넷 서비스업체 아메리카 온 라인(aol.com)주가가 22.75달러(16.3%) 하락한 것을 비롯해 야후, 아마존, E배이, 인포시크 등이 모두 이날 하루에만 10~25% 가까이 폭락했다. 상황은 가히 공황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터넷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팔자」주문이 쇄도하며 이날 주식거래량도 12억400만회에 달해 뉴욕증시의 거래인들은 사상 두번째로 분주한 날을 보냈다.
폭락세의 단초는 역시 인터넷주를 둘러싼 거품에 대한 우려였다. 그동안 사업 성장 가능성에 근거해 과평가돼 있던 주가가 화근이다. AOL의 경우, 매출액에서 전통적 최대기업인 제너럴 모터스(GM)의 40분의 1, 종업원수는 6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주가총액은 2,000억달러로 GM의 524억달러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와관련, 펜실베니아대 워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순이익면에서 미 기업 415위인 AOL의 적정 주식총액은 45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인터넷주는 40배가 넘는 거품에 둘러 싸여있는 셈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에 대한 경고는 수차 제기돼 왔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1월20일 상원 청문회에서 미 경제가 「튄다(sparkle)」는 표현으로 인터넷주 투기 거품을 경계했다. 주가상승을 선도해온 인터넷주의 몰락은 자칫 미경제 전반을 흔들 악재이다.
그러나 폭락이 거품 붕괴의 시작인가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다.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지적이 대세이다. 그간 「.com」만 붙으면 상승 일변이던 인터넷주의 「옥석」을 가릴 대조정기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뉴욕=윤석민특파원 ynusuk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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