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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방한] 온화한 미소 품격 자태 잃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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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방한] 온화한 미소 품격 자태 잃지 않아

입력
1999.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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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 필립공과 함께 19일 국빈방한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은 방한 첫날부터 바쁜 공식일정을 보내면서도 온화한 미소와 품격있는 자태를 잃지 않았다.공항도착

이날 오후 2시30분 특별기편으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엘리자베스여왕 내외는 최상덕(崔尙德)외교통상부 의전장과 스티븐 브라운 주한영국대사의 기내영접을 받고 환하게 웃으면서 트랩을 내려왔다. 엘리자베스여왕은 비둘기색 투피스 정장차림에 옅은 회색모자를 썼으며 왼손에는 회색 가죽핸드백을 들었고 필립공은 말쑥한 검정색 정장차림이었다.

엘리자베스여왕 내외가 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3군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려펴지면서 1883년 한영 수교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영국 국가원수를 환영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엘리자베스여왕 내외는 트랩 아래서 기다리던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과 반갑게 인사한 뒤 출영나온 양국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5분여만에 환영행사를 마친 엘리자베스여왕 일행은 곧바로 체어맨승용차에 올라 동작동 국립묘지로 향했다.

국립묘지 참배

엘리자베스여왕 내외는 최응조(崔應祚)국립현충원장의 안내로 50㎙를 걸어 현충탑에 도착한 뒤 헌화, 분향했다. 엘리자베스여왕 내외는 진혼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묵념을 마친뒤 다시 현충문으로 내려와 방명록에 서명하는 것으로 10여분에 걸친 짧은 행사를 끝냈다.

청와대 공식환영행사

엘리자베스여왕 내외는 오후 3시20분 청와대에 도착, 본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희호(李姬鎬)여사의 마중을 맞았다. 양국정상 내외는 곧 본관 대정원으로 이동, 공식환영행사에 참석했다. 환영식은 양국 국가원수에 대한 의장대와 군악대의 경례, 국가연주, 의장대 사열순으로 15분간 진행됐다. 의장대는 이날 전통 무복(武服)을 착용했다.

양국 정상은 사열을 마친 뒤 환영식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필립공은 우리측 참석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등 활달한 모습을 보였으며, 특히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에게는 가슴에 단 「출입비표」를 보고 『뭐냐』고 관심을 보였다. 한편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마치고 줄끝에 선 김대통령을 필립공이 수행참석자로 착각, 재차 악수를 건네려는 바람에 장내에 일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양국 정상 내외는 또 행사장에서 꽃다발을 전한 주한 영국학교와 한국 초등학생들과 포옹을 하며 격려했다.

양국 정상 환담

양국정상 내외는 공식환영행사를 마친 뒤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30여분간 환담을 했다.

김대통령은 먼저 엘리자베스여왕에게 『오늘은 우리 한국사람들에게 아주 축복된 날』이라며 『한영 국교수립 100여년만에 처음으로 여왕폐하가 오시고, 이를 환영하듯 봄날씨마저 화창해 이중으로 기쁘다』고 인사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필립공에게도 『지난 85년에 이어 두번째 방한인데, 첫번째보다 훨씬 행복한 방문이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 환담 분위기는 아주 자연스럽고 편했으며 필립공도 대화에 적극적이었다고 배석한 박선숙(朴仙淑)부대변인이 전했다. 양국 정상 내외는 김대통령이 14대 대선 낙선후 영국에 체류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당시 김대통령 숙소인 아파트에 체류를 기념하는 현판식이 열렸고 필립공도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일 등을 회상했다.

김대통령과 엘리자베스여왕은 또 한국문화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등을 화제에 올렸으며,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때 김대통령 내외가 버킹엄궁으로 엘리자베스여왕 내외를 방문한 일도 거론했다. 엘리자베스여왕의 취미인 승마, 한영간 투자 및 교역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가 오갔다. 특히 엘리자베스여왕은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말하고 안동 하회마을 방문 등의 일정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대통령은 특히 여왕 내외에게 녹차를 권하면서 『이 찻잔은 조선백자를 재현한 것으로 특별히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여왕 방문을 배려, 박지원(朴智元)공보수석 대신 여성부대변인인 박선숙공보기획비서관을 이 자리에 배석시켰다.

윤승용기자 syyoon@hk.co.kr 이영성기자 leet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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