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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자살 도대체 왜들 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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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자살 도대체 왜들 죽는가'

입력
1999.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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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케보키언. 불치병 환자에게 직접 주사를 놓아 자살하도록 도운 70세의 미국 의사. 최소 10년, 최대 25년의 징역형 선고. 자살 장면의 CNN 방영. 지금까지 100여 명이 죽도록 도운 「죽음의 의사」.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자살을 도울 기회를 빼앗긴 사람.

죽음 그 가운데서도 자살만큼 거센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도 없다. 자살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케보키언에 대한 판결이 그들의 사회운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염려할 수 있다. 반면 케보키언의 「당당한」 활동을 비판했던 종교인들은 안도의 숨을 내쉴 것이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마르탱 모네스티에가 쓴 「자살 도대체 왜들 죽는가」는 인류에게 일어났던 자살의 기록을 거의 모두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꼼꼼하게 모아 놓았다. 그동안 자살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 과학이나 철학, 또는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 책은 단순하고 일상적인 현실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은이는 자살에 관련한 일화, 즉 신문 사회면의 기사 같은 것을 그 수준 그대로 모아서 자살의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자살의 역사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새삼 상기시켜주고 있다.

자살의 장면은 기이하고 섬 하다. 자살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30세의 미국 여성 아나운서. 74년 그는 생방송으로 뉴스를 해설하던 중 『피 흘리는 화면을 언제나 먼저 컬러로 내보냈던 채널 40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눈 앞에 보여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만 명의 시청자가 보는 가운데 권총을 꺼내 자기 머리에 쏘았다. 자살을 생중계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모네스티에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왜 자살하는지를 역사와 동서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자살의 윤리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만 있는 그대로 자살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 뿐. 자살의 이유를 사랑, 명령, 정치적 위기 등으로 분류하고,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 반 고흐, 마릴린 먼로, 히틀러의 자살 등을 예로 들었다. 케보키언처럼 자살을 돕는 사람들과 늙어 추한 것이 싫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른바 「아름다운 자살」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자살은 인간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사실도 동물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당위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인간의 삶을 떠나지 않는 현실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자살의 박물지같은 이 책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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