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파업으로 우려했던 춘투정국에 불이 붙었다. 서울시의 구조조정안 자체를 거부하며 19일 파업을 시작한 서울지하철사태는 올 춘투의 출발점이자 노사관계의 분수령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노·정 대리전 양상의 지하철파업이 길어지면 올 노사관계는 노·정간의 전면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파업장기화_대량구속_동조파업_춘투격렬화_노동정국불안의 불길한 시나리오는 자칫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제를 내리막길로 떠밀어버릴 수 있다.
실제 서울지하철 파업은 겉보기에는 단위사업장의 노사갈등 때문에 불거진 것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구조조정, 근로시간 단축 등 올 최대 노동현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힘겨루기를 시작한 민주노총의 주도로 벌어졌다. 샅바싸움이 막 시작된 상황이라 해결이 쉽지 않다. 노·정 양측은 이미 춘투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깔고 「결사항쟁」「엄정대처」로 격렬히 맞서 노동정국의 불안한 출발을 예고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월 노사정위 탈퇴이후 「전면투쟁」전술을 택한 민노총은 이날부터 「4·5월 총력투쟁」을 시작했다. 구조조정반대,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주 40시간), 정리해고중단 등 민노총이 내건 요구들도 노사정위법제화 등 정부가 꺼내놓은 카드와는 거리가 멀다.
민노총은 이미 공공부문 중심의 파업과 병행해 중앙차원에서는 내달 10일까지 매일 거리집회를 여는 등 시위·집회중심의 투쟁일정을 빽빽하게 잡아놓았다. 2·3월 두 번의 일일파업에서 저조했던 현장분위기를 중앙지도부의 잇단 시위집회로 되살린다는 전략이다. 이달초 이갑용(李甲用)민주노총위원장 등 3,000명의 노조간부들이 구속결단 서명식을 마친 것도 그 일환이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다」는 여론부담을 무릅쓰고 지하철파업을 앞세운 것 역시 현대·기아계열사 등 주력 노조의 침체한 분위기 탓도 있지만 『공공부문 파업은 노동계보다 정부 부담이 더 크다』는 계산이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서울지하철사태는 올 노동정국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노총의 총력투쟁보다 더 강경하다. 「강(强)에는 강(强), 온(穩)에는 온(穩)」이라는 입장으로 노동계 대응을 차별화, 한국노총은 노사정위로 끌어들이고 민노총 주도의 불법파업은 격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지하철노조원 19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과 지하철노조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도부의 목소리만 높을 뿐 현장열기나 국민여론에 비춰 예전과 같은 파괴력은 없을 것이란 정세판단도 깔려 있다.
물론 강경일변도가 임금·단체협약협상과 맞물려 예상외의 사태로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민노총 지도부의 강경투쟁이 현장의 공감을 얻어 확산될 경우는 새 방안을 찾아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일부의 불법파업과 파업주동자는 불씨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격리, 강경대처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차례 노·정 대결은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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