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의 증언으로 살인사건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96년 8월 빌린 돈을 독촉하는 이웃집 주부 김모(28)씨를 목졸라 살해하고 곁에 있던 김씨의 딸(당시 4세)을 내동댕이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돼 사형이 구형된 이모(35)씨. 끔직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김양은 두개골 골절상과 양다리에 화상을 입고 기절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뒤 경찰에 이씨가 범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양의 진술을 토대로 이씨를 살해용의자로 지목했으나 검찰은 네살배기 어린이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다면서 경찰에 재수사를 지시했다. 결국 2년여 동안 보강수사를 통해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담당판사는 『김양의 증언이 2년이 지나서도 일관되며 상황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이다』며 이씨의 구속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씨는 『김양의 진술말고는 다른 증거가 없는데다 김양이 다른 사람을 자신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은 법정에서 본격화했다. 검찰은 김양이 이씨의 몸에 있는 점등 신체특징까지 기억하고 있으며 죽은 김씨가 저항과정에서 이씨의 몸에 상처를 낸 점을 들어 이씨가 살해범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김양의 진술이 경찰에 의해 유도된 것인 만큼 증거능력이 없으며 사건발생 시각에 아내와 같이 있었기에 알리바이도 확실하다고 항변했다.
김양의 진술이 이씨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는데 거의 유일한 증거가 될 수밖에 없는 사건의 특성상 이씨의 운명은 결국 김양이 사리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다면 과연 김양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의 선고심은 20일 오전10시 서울지법에서 열린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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