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연·동국대 교수·정치사상지역주의와 고비용·저효율 정치구조를 완화하려는 정치개혁은 선거제도 개혁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선거제도에 따라 정당의석의 지역별 분포도, 지역구 및 지구당에 관한 법규, 정치비용이 큰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지만 실무자들의 설명과 보도기사들이 큰 혼선을 빚고 있는 것 같다.
정당명부제는 소선거구제와 결합될 수도 있고 중·대선구제와 결합될 수도 있다. 소선거구와 결합된 1인2표 권역별(지역별) 정당명부제는 서유럽에서 독일만이 거의 예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소선거구제와 결합된 만큼 한국에 적용될 경우 선거의 과열·혼탁과 고비용 문제, 지역주의를 크게 완화하지 못한다.
이 제도의 전국정당화 효과는 오직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 의석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정당명부 의석의 비율이 높을수록 전국정당화 효과는 증가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나라의 지역구도가 너무 강고하여 50%나 33%의 비례의석으로는 전국정당화 효과가 실천적으로 지극히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당명부 의석비율을 높일수록 공천권자의 권력이 강화된다. 따라서 정당 민주주의가 취약한 한국에서 「권역별」명부제 도입은 공천권자가 국회의석의 33∼50% 이상을 사실상 「임명」하는 것으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에 되레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위험이 있다. 「유정회제도」를 재도입하는 것이라는 신랄한 비판은 바로 이 취약점을 찌른 것이다.
중·대선거구제와 결합한 명부제는 「권역별」이 아니라 「선거구별」정당명부제의 형태를 취한다. 스웨덴, 오스트리아를 위시한 유럽 7개국이 채택한 이 제도는 서유럽에서 가장 일반적인 선거제도이다.
이 제도는 선거구 구획에서 생활권을 존중하여 1개 선거구에서 6∼10명을 뽑는 대선거구와 2∼5명을 뽑는 중선거구를 복합시킨다.
그러나 중·대선구제와 결합한 선거구별 정당명부제는 유권자가 대체로 정당의 선거구별 후보명부에서 한 사람을 골라 찍는 1인1표제이다.
가령 5명을 뽑는 중선거구에서 각 정당은 순위를 매겨 5∼6명을 공천한다. 그러나 이 공천 순위는 투표후에 후보 개인별 득표순위로 재조정된다.
당선순위 결정에 유권자를 직접 참여시키는 이 제도는 「쌍방통행의 참여정치」라는 관점에서 가장 발전된 선거제도인 셈이다.
각당의 지역구별 당선자 수는 명부의 후보들이 얻은 총득표수의 정당별 비율에 따라 결정되고 각당의 후보는 명부내 득표순위로 당선된다.
의원의 유고시에는 각당 명부에서 차순위 낙선자가 승계하기 때문에 재·보선이 필요 없다. 또한 이 「선거구별」명부제는 지역대표성과 정당별 비례대표성을 통합해 주고, 사표방지를 극대화하여 1선거구에서 정당이 「싹쓸이」하는 것을 막아 전국정당화를 크게 촉진한다.
넓은 중·대선거구에서는 조직표가 무력하거나 돈으로 광역을 조직하더라도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선거과열을 예방하고 선거비용을 줄게 한다. 재·보선과 지구당이 없기 때문에 정치비용이 감소하는 것도 이 제도의 부수적 장점이다.
그러나 스웨덴에서처럼 한 지역구에서 10명까지 뽑는 것은 후보 인지도를 떨어뜨려 주민의 선거 무관심을 조장할 수 있다. 따라서 1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우리 형편에 더 들어맞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정당명부제는 「선거구별」로 하는 것이 좋다. 「권역별」의 경우에는 정당명부 공천권을 민주화해야 하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같은 난제에 봉착한다.
농촌의 소선거구와 도시의 중선거구를 결합한 복합선거구 「권역별」정당명부제 방안도 농민권익과 여야합의 측면에서 탁월한 생각이나 공천권의 민주화라는 난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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