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무지개가 뜨면 『뿌리를 찾아내겠다』며 친구들과 한없이 달려가곤 했던 생각이 난다. 여름날 소나기 뒤 끝에 하늘에 걸린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깔의 환상적인 아치는 소년시절의 잊혀지지 않는 추억중의 하나다. 선녀들이 깊은 산속 맑은 물이 괸 웅덩이에 목욕하러 하늘에서 내려올 때 타고 온다는 아름다운 전설도 기억에 생생하다.■무지개는 햇빛이 공기중의 물방울에 굴절돼 나타나는 스펙트럼 현상으로 항상 태양의 반대편에 나타난다. 따라서 무지개는 오전에는 서쪽에, 오후에는 동쪽에 뜬다. 우리 선조들은 무지개가 뜨는 것을 보고 비올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맑은날 아침 서쪽에 무지개가 뜨면 서쪽지역에 비가 오고 있거나 비를 머금은 습한 공기가 몰려있다고 짐작했다. 서쪽의 습한 공기는 지구의 자전(自轉)운동에 따라 대기와 함께 동쪽으로 이동해 비를 뿌린다는 사실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었다.
■기상청은 서울에 3년5개월여동안 무지개가 뜨지 않았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95년 10월5일 오후3시55분부터 오후4시3분까지 8분동안 서울하늘에 나타난 것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 무지개가 뜬 것은 50년대 11차례, 60년대 9차례, 70년대 7차례, 80년대 7차례, 90년대 들어서는 현재까지 5차례다. 무지개가 뜬 횟수는 기상청이 서울 송월동 옛 기상청 노천 관측소에서 육안으로 관찰한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95년 10월이후 서울지방에 무지개가 뜬 것을 보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지개 뜨는 횟수가 왜 줄어드는 지에 대한 정설은 아직 없다. 다만 대기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유력할 뿐이다. 공기가 오염돼 대기중에 생성된 물방울에 이물질이 섞이면 스펙트럼 현상을 만들어내는 빛의 굴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무지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에 숲이 줄어 대기중 습기가 적어진 것도 원인중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무지개가 줄어든 것이 공해와 무관치 않다니 더욱 씁쓸하다. 박진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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