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내외의 방한에 앞서 영국측과 공식방한일정을 협의하면서 외교통상부 의전관계자들은 여러차례 놀라야했다.외교부는 당초 다른 외국원수의 방한행사에 비해 뭔가 「거창한 규모」와 「화려한 행사스케줄」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사전협의차 지난달 방한한 영국왕실비서실측이 요구한 의전의 핵심은 「검소와 실용」이었다.
이번 방한의 하이라이트라 할 안동하회마을 방문도 왕실측의 요구였다. 우리측은 경주를 관광코스로 추천했으나 왕실측이 『여왕이 신라시대 귀족들이 살던 모습보다 「가장 한국적인 서민들의 모습」을 보고싶어 한다』고 해 장소를 변경했다는 것. 인사동 미술거리 도보방문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왕내외의 공식의전도 여타 외국원수에 비해 훨씬 단출하다.
여왕일행은 서울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면서 외빈전용차인 캐딜락대신 국산 체어맨 승용차 3대와 미니밴 2대를 이용했다. 이는 지난주 방한했던 카타르국왕이 리무진세단 7대를 이용한데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수행원도 공식수행원 14명, 경호원 4명 등 총 37명으로 여타 외국정상의 20~30%수준. 최근 하마드 카타르국왕은 130명,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의 수행원은 각 200여명이었다.
부군 필립공도 마찬가지. 20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필립공은 점심을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때우기로 했다. 인천국제공항관계자는 『당초 푸짐한 한정식을 점심식단으로 준비하려 했으나 왕실측에서 낮12시20분부터 40분밖에 시간이 없어 패스트푸드로 해결하겠다고 해 취소했다』며 『샌드위치도 영국측이 준비키로 했다』고 전했다.
외교부 의전관계자는 『그동안 숱한 외국정상의 방한행사를 치렀지만 이번처럼 형식과 겉치레를 배제한 경우는 없었다』고 감탄해했다.
/윤승용기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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