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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영국여왕 생일상차리는 조옥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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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영국여왕 생일상차리는 조옥화씨

입력
1999.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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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한하는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은 21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담연재에서 73세 생일상을 받는다. 생일상은 조선시대 임금이 궁중연회때 드는 수라상과 비슷하게 차려진다. 음식종류만도 약밥 국수 고기만두 떡국 편육 양탕 잡탕 과일 김치 등 47가지. 이 가운데는 수라상에만 올랐던 숭어찜도 있다.영국여왕의 생일상 차림은 안동지방 전통음식 권위자인 조옥화(76·여·안동시 신안동 276의 6)씨가 맡는다. 안동시의 추천으로 국빈의 생일상을 전통한국식으로 꾸미게 된 조씨는 『일생의 영광』이라며 『모든 정성을 다해 가식없이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여왕의 생일상 차림은 조씨에게도 워낙 힘든 일이어서 「우리음식연구회」 회원 5명이 그를 거들고 있다. 「우리음식연구회」는 3년전 조씨가 전통음식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회원만도 90명이 넘는다.

본관이 함안(咸安)인 조씨는 전통요리의 명인이 된 데 대해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김해 김씨인 어머니의 음식새를 열심히 보고 배운 덕』이라고 말했다. 궁중요리 인간문화재인 황혜성씨가 그의 상차림을 보고 『수라상보다 일곱가지나 더 많다』고 놀라워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또 국내 3대 민속주인 안동소주의 기능보유자이기도 하다. 생가의 집터가 2,000평이나 되는 큰집이어서 집안에 술이 떨어지는 일이 없었고 동동주와 소주 등 여러가지 술을 빚어 친지들끼리 나누다보니 저절로 술담그는 법을 익히게 됐다. 고려때부터 안동지방의 가양주(家釀酒)로 전승돼 온 안동소주를 만드는 기술로 85년에 경북도 무형문화재 12호로 지정받았다. 그래서 이번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생일축배는 샴페인 대신 조씨가 직접 담근 안동소주로 할 예정이다.

조씨는 무엇보다 음식재료 선정에 정성을 쏟았다. 쇠고기는 안동한우를 쓰고 싱싱한 생선을 고르기 위해 동해안 지방을 직접 다녔다. 생일상의 백미는 「떡꽃화분」. 떡꽃화분은 동물형상을 떡으로 곱게 빚어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전통음식이다. 이번에 만든 떡꽃화분은 놋쇠화분에 60㎝높이의 매화나무 가지를 심고 꽃 새 토끼 나비 등 갖가지 형상의 떡을 빚어 매달아 놓았다. 『떡꽃화분은 궁중이나 지체높은 양반가에서 회갑, 칠순 등 길일때만 특별히 만든 진기한 음식이어서 일반인들은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이 온갖 정성을 다해 여왕 생일상을 준비하는 조씨의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다. 『안동시내에서 생일음식을 만들어 차편으로 하회마을까지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도중에 음식이 흔들려 쏟아질까봐 전통식으로 음식을 차곡차곡 높이 쌓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것이다. 조씨는 『영국여왕을 위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지만 음식맛이 입맛에 맞을지 조심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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