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지하철공사의 노사 대립은 현 정부 최대과제인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어 애초부터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협상 초기에는 체력단련비 지급중단 등 노사의 단체협약 이행을 둘러싼 임금투쟁의 양상이었지만 막판에는 노사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구조조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노사 양측은 교섭이 처음 열린 2월12일부터 지하철 파업예고일인 19일을 불과 사흘앞둔 15일까지 체력단련비 등 단협 이행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는데 매달렸다. 단협 불이행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노조측과, 체단비 지급중단은 정부의 지침이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다는 공사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때문에 노조측이 15일 『체력단련비 지급 등 교섭의 전제조건을 풀고 무조건 협상에 임하겠다』고 선언했을때만 해도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서울시도 해마다 3월에 지급해온 체력단련비 100%를 기관성과급 명목으로 17일 지급하는 등 「전제조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막판타결」의 가능성은 남겨 두었다.
그러나 17일밤과 18일 연달아 열린 노사 실무협의회에서 체단비 문제는 뒷전에 밀린 채 결국 양측은 구조조정안을 둘러싼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노조측은 17일밤 2,070명 인원감축과 1기(1∼4호선)와 2기(5∼8호선) 지하철 통합문제, 명예퇴직 규정개정 철회문제 등 구조조정안에 대한 서울시의 최종 입장표명을 요구했고, 서울시는 18일 이를 정리해 노조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정리는 하루 이틀내에 마무리될 성격이 아닌데다, 「공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서울시·공사·노조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등 선언적 의미만 담고 있어 이견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처럼 노사 양측은 1,000만 시민을 볼모로 한 파업을 기정사실화한 채 협상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명분과 시간 벌기에만 신경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4차례의 노사정 간담회와 8차례의 실무협의회에서 양보할 것은 다했다』는 사측이나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몰아붙이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는 노조측 모두 파업의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