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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달의 골퍼' '태양의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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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달의 골퍼' '태양의 골퍼'

입력
1999.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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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마스터스대회. 3라운드까지 완벽한 선두를 지킨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은 닉 팔도에 6타 앞서 4라운드를 맞았다.노먼의 우승을 예상한 매스컴들은 노먼이 80년 스페인의 세베 바예스테로스 이후 처음으로 전 라운드 선두를 지킨 「완전 우승자」가 될 것이라며 흥분했다.

브리티시 오픈을 두번이나 제패했으면서도 유독 미국 메이저대회에선 번번히 준우승에 머문 노먼은 이번만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며 4라운드를 맞았다.

첫홀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노먼은 연속 보기, 연속 더블보기라는 최악의 플레이로 결국 6오버파를 기록, 5언더파를 친 팔도에게 우승을 헌상했다.

언론은 「Normanify」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노먼 꼴이 되다」는 의미인데 속뜻은 「다된 밥에 코 빠뜨리다」「죽 쑤어 개 준다」쯤 될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마스터스대회. 지난해 어깨수술 이후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노먼은 전성기의 기량을 보이며 2라운드 이후 선두에 나선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을 위협했다.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맞은 노먼은 단독선두에 나서기도 해 만년 준우승의 한을 푸는 듯했으나 침착한 올라사발은 노먼과 데이비스 러브 3세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번 대회에서 노먼은 「Normanify」란 비아냥을 듣지는 않았으나 역전의 기회에 연속보기를 범하며 자멸하는 악몽을 재현했다.

골퍼는 성격 스타일에 따라 두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격정적이고 도전적인 「태양의 골퍼」와 감정표현을 자제하고 상황에 순응하며 조화를 모색하는 「달의 골퍼」.

태양은 불덩어리다. 격정적이다. 만물을 낱낱이 발가벗기고 태워 없애버릴 듯한 기세다. 눈부신 빛으로 만물 위에 군림하려 든다. 그러나 달은 차다. 차분하다. 한낮에는 숨어 있다가 어둠이 깔린 뒤에야 은은한 빛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지상의 상당부분은 어둠 속에 묻어두는 아량도 있다.

노먼은 전형적인 「태양의 골퍼」이고 올라사발은 「달의 골퍼」이다. 물론 노먼과 같은 도전적이고 격정적인 골퍼가 갤러리를 열광시키지만 우승컵은 침착하게 상황에 순응하는 올라사발 같은 골퍼가 차지한다.

대표적인 「태양의 골퍼」로 타이거 우즈, 닉 프라이스, 닉 팔도, 버나드 랑거 등을 꼽을 수 있다. 데이비드 듀발, 어니 엘스, 필 미켈슨, 비제이 싱, 마크 오메라 같은 선수는 「달의 골퍼」다.

자신은 어느 유형에 속할까. 「태양의 골퍼」라면 항상 벼량을 조심하고 「달의 골퍼」라면 소극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일이다.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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