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9,000만원 어치를 훔쳤다』 『도둑맞은 금품은 4,000만원 어치가 전부다』 고위공직자와 부유층 등을 상대로 신출귀몰한 절도행각을 벌이는 「대도(大盜)」 사건이 터질때마다 절도범은 많이 털었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들은 별로 털린 게 없다고 해명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현직장관과 도지사는 물론 경찰서장집 2곳까지 턴 「간 큰 도둑」 김강룡(金江龍·32)씨 사건에선 심지어 경찰과 검찰까지도 사건을 쉬쉬하는 장면마저 연출됐다.97년 10월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동네 성북동 일대 주택가에서 재계인명록을 뒤져 범행대상을 골라 수억원 어치의 귀금속을 털은 도둑이 붙잡혔지만 피해자들이 신고는 커녕 귀금속을 찾아가지 않아 경찰이 애를 먹었다.
IMF직후인 같은해 12월에는 고급주택가에서 빈집만을 골라 미화 6만달러 등 7억여원을 털은 절도범이 붙잡혀 모두 18건의 범행을 자백했지만 대부분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82년 전직장관, 국회의원, 재벌회장 집만을 골라 값진 귀금속 600여점을 털어 장안을 발칵 뒤집어 놓은 조세형(趙世衡·55)씨도 지난해 4월 법정에서 당시 피해액수가 절반 이상 축소됐다고 주장, 화제를 모았다.
결국 평소 힘깨나 쓰는 고위공직자나 부유층도 도둑만 만나면 오히려 「간이 작아지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유층 도난사건이 발생할때마다 범인이 범죄사실을 털어놓아도 피해자들이 오히려 「그런 일 없다」고 발뺌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높으신 분들의 체면을 생각, 경찰도 덩달아 피해액수를 줄이거나 범죄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적지않다. 과거 조세형씨를 조사했던 당시 동대문 경찰서 홍모(64)형사는 『경찰간부가 상급기관에서 전화를 받은후 나에게 「이 사람아 액수 줄여」라고 지시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발생한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 자택 강도사건도 관할 경찰서장이 지나치게 「보안」하는 바람에 경찰수뇌부조차 뒤늦게 뉴스를 보고 사건 발생사실을 알아 경찰관계자들을 호통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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