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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상한 도둑' 철저한 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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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상한 도둑' 철저한 조사를

입력
1999.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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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수감중인 절도용의자 김모(32)씨가 장관 도지사 등 현직 고위공직자와 경찰서장 등의 집에서 현금 달러 그림 귀금속 등 수억원어치를 털었다고 한나라당을 통해 폭로, 세상이 온통 떠들썩하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이 정권의 부도덕성과 이중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여당은 『절도용의자의 주장을 대변해 사회불안을 부추기려는 악의적인 정치공세』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있다. 지난 82년 권력자들의 집만 털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도 조세형사건의 재판이라는 소문이 요란하다.김씨는 지난 1월 서울 양천구 목동 유종근전북지사의 서울관사에서 현금 3,200만원, 미화 12만달러, 진주반지 등 모두 1억9,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고, 올초에는 강남구 도곡동 김성훈농림부장관 집에서 서화 2점을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3월에는 배경환안양서장 관사에서 현금 5,800만원을 훔쳤으며 이 돈의 일부는 준 사람의 이름과 직위가 적혀있는 흰봉투에 100만원씩 담겨 김치냉장고에 보관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이같은 진술을 했으나 회유와 협박으로 액수가 축소됐다면서 경찰유치장에 수감중 소주와 고기 등을 10여차례나 제공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날 PC통신 토론방들은 꽃병 김치독 냉장고 등에 거액을 숨겨둔 공직자들을 비난하는 글이 홍수를 이뤄 국민들의 공분을 그대로 입증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는 달라진게 없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IMF체제 아래 실업자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판에 터진 이번 사건은 여론을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공직자들은 김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처남의 사업자금을 보관해 오던 것이다』 『공금을 잠시 보관해 오다 도난당했다』 『제자가 그려준 그림으로 값이 안나가는 것이다』 『집에 외화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등의 해명을 하고 있다. 공직자들의 말을 믿어야 할지, 절도범의 말을 믿어야 할지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직자들의 집에서 마구 돈봉투가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삿일이 아니다.

검찰은 한점 의혹없이 사건을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피해액수는 물론 돈의 성격등을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 경찰조사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는 부분도 함께 규명, 혐의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정권의 신뢰에 금이 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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