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화물기가 떨어졌다. 또 대한항공 비행기다. 한달이 멀다 하고 국내외에서 항공기 사고가 일어나니 「비행기사고 왕국」이란 인상을 심을까 두렵다. 애꿎은 남의 나라 사람들에게 또 날벼락을 떨어뜨렸으니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신인도까지 실추될 우려가 높다.사고 비행기는 아파트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급회전해 아슬아슬하게 대형참사를 면했다니 불행중에도 천만다행이다. 사고원인은 기체 이상이나 조종사 실수로 압축되는 것 같다. 테러설과 적재화물 폭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승무원 3명이 탑승한 화물기가 테러를 당할 이유가 없고, 전자제품 부품이 주종인 화물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체이상이나 조종사 실수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번 사고기종과 같은 스위스 항공의 MD 11기가 지난해 9월 대서양에 추락한 사고가 있었고, 같은 회사 기종인 MD 80 계열 항공기가 지난달 포항공항에 착륙중 활주로 이탈사고로 70여명이 다쳤다. 지난해에는 제주와 울산공항에서도 착륙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어 이 기종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미국에서도 이 항공기의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이 제기돼 일본은 지난달 말부터 엔진을 특별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1,000㎙ 고도에 진입한 비행기가 긴급상황이 일어났다는 징후도 없는 상태에서 추락했다면 조종사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기체이상이라 해도 최종 책임은 정비부실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인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부 조종사들의 항변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은 경비절감 지상주의에 젖어 무리한 비행을 강요하는 「한국적 항공문화」를 탓한다. 특히 비행일선 종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경영주의 일방적인 책임추궁과 수직적 명령하달이 존재하는 대한항공의 기업문화로 인해 이 항공사에 특히 사고가 많다는 소리가 항공업계에 나돌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사고예방에 기업의 사활이 걸렸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정부당국도 감독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97년 이후 우리 민항기가 일으킨 22건의 사고가운데 아직 조사중인 5건을 제외하면 모두가 조종사의 실수나 정비불량이 원인이었다는 건교부의 사고원인 분석결과가 최근 밝혀졌다. 항공기라는 첨단 기종을 마차다루듯 하는 안전불감증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당국은 항공사 운영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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