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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국영화 부활은 '전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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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국영화 부활은 '전통의 힘'

입력
1999.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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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어권이란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할리우드의 감각과 스펙터클도 아니다. 지난 해 3월 실직자들의 아픔과 희망을 코미디로 풀어낸 피터 카타네오의 데뷔작 「풀 몬티」는 미국에서 1주일만에 600만달러를 벌었다.조국인 영국에서는 「쥬라기공원」을 누르고 흥행 1위. 국내에서도 IMF 한파가 거센 지난 해 4월 개봉해 2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렇게 해서 제작비 300만달러(약 36억원)짜리 영화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이 무려 1억5,000만달러.

「웨이킹 네드」(17일 개봉)도 비슷하다. 「풀 몬티」보다 더 적은 돈으로 만든 휴먼코미디. 그러나 미국 160개 극장서 5개월째 장기상영중이다. 미국관객들은 아일랜드 외딴 시골마을 사람들의 유쾌한 복권 사기극을 보며 폭소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영국 박스오피스 1위는 당연. 역시 신인 커크 존스(CF감독 출신)의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천상과 지상을 아우르는 통찰력과 철학이 배어있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국 코미디』라고 칭찬했다.

이런 작은 영화들이 마치 「죽은 네드를 깨우듯」(웨이킹 네드) 영국영화를 깨우고 있다. 이미 94년 「네번의 장례식과 한번의 결혼식」(감독 마이크 뉴웰)과 96년 「브래스트 오프」(감독 마크 허먼)에서 시작한 영국 코미디의 부활이었다.

가장 영국적인 특성의 성공이었다. 보편적인 주제를 전통과 이단의 공존, 다민족의 다양한 의식과 가치관, 그리고 그들이 빚어내는 갈등을 점잖음 속에 숨은 익살로 풀어가는 것이다.

그들은 할리우드 모방이나 변형은 영국영화의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가 만들지 못하는, 만들지 않는, 그러면서 보면 좋아할, 팔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 그들은 삶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좁게 보는 독일의 젊은 감독들과는 달리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정서와 현실에 충실한 사실주의에서 영화를 출발시킨다.

「뉴 뉴 제너레이션」이라는 「쉘로우 그레이브」, 「트레인 스포팅」의 대디 보일조차 상상력과 자기표현방식, 테크닉을 중요시하면서도 영국의 중산층과 스코틀랜드 하층민의 단면을 정확한 인물묘사로 들여다 본다.

여기에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랜드 앤 프리덤」의 켄 로치, 「비밀과 거짓말」의 마이크 리같은 리얼리즘의 거장들. 성난 목소리로 불행한 역사를 되집어 보는 「마이클 콜린스」의 닐 조던과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의 신랄한 풍자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90년대 영국영화의 부활은 한때 추앙했던 할리우드 모방이나 변주가 아닌 자기들의 전통을 노장과 신세대가 함께 키우는데서 나오고 있다. 시나리오작가 조재홍씨는 『그 전통은 상상력과 사실주의의 유쾌한 공존에 있다』고 했다. 한국영화라고 다를까. 길은 언제나 자기안에 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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