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치권은 「고관집 도둑사건」으로 시끌시끌했다. 한나라당은 현정권의 총체적 부패가 드러난 사건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고 국민회의는 절도범의 주장을 정치적으로 악용말라고 반격하면서도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이날 당내에 조사특위를 구성, 발빠른 공세를 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 주재로 첫 회의를 가진 조사특위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 법사위와 행자위를 소집키로 결정하는 한편, 여당측이 상임위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권 발동도 검토키로 했다. 특위는 이날 오후 김씨가 조사받고 있는 부평경찰서와 인천지검을 방문, 그동안의 수사과정을 확인하는 한편, 이날 저녁 대구일정을 마치고 귀경한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로 당사에서 긴급 주요당직자 회의를 가졌다. 이번 사건을 「제2의 조세형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1차적으로 사건의 「축소·은폐조작 기도」를 문제삼고 있다.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와 김성훈(金成勳)농림장관 등 사건 관련자 3명이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절도를 당한 사실 자체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경찰이 어느 하나도 입건조치하지 않은 것은 사건자체를 묻어버리려 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유지사가 처남의 사업자금까지 보관하는가 전과 12범의 전문절도 피의자가 김장관의 주장처럼 아마추어 학생 그림 한점과 천원짜리 탁본 한점을 훔쳤다면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배서장의 해명대로 그많은 봉투가 모두 격려봉투였다 해도 일선서장이 누구에게 그런 거액의 격려봉투를 주어야 하며, 그것도 집에다 미리 만들어 보관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여권은 야당측의 「정권 부도덕성」시비에 대해선 맞대응을 했지만 사건 자체의 실체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국민회의측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도 피해액의 정확한 규모 및 출처, 이 사건이 미칠 정치적 파장에 대해선 『좀 더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오전 김종필(金鍾泌)총리주재로 열린 국민회의·자민련 양당 국정협의회에서는 누구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와관련, 『현금 액수가 많아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절도피의자의 진술을 액면그대로 믿을 수 없는 만큼 우선 진실부터 가려져야 돈의 출처도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그러나 이 사건을 둘러싼 야당측의 정치적 공세에 대해선 강력히 맞받아쳤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야당이 절도범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은 사회불안을 조성하려는 악의적인 정치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정대변인은 이어 『야당의 고위 당직자들이 도둑의 주장을 이용해 정부를 비방하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볼썽사납다』고 일침을 놓았다. 자민련측은 야당측의 공세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보다 무게를 뒀다. 자민련 심양섭(沈良燮)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의혹을 씻을 수 있도록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가운데 철저하고도 신속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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