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잠실구장을 찾은 삼성팬들은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50억원」. 겨우내 거액을 쏟아부은 팀이라 하기엔 너무나 엉성했고 곳곳에 뚫린 구멍으로 차디찬 패배의 냉기가 스며든 까닭이다.급기야 선수를 팔아 팀운영비를 마련한 IMF군단 쌍방울과 매직리그 꼴찌경쟁을 벌이는 처지다. 『아직 초반인데 더 지켜봐야하지 않겠냐』는 낙관론도 부실한 경기내용의 토대위에선 설자리를 잃었다.
17년 삼성팬을 자처하는 한 팬은 『다른 것은 다 바꾸고 코칭스태프를 안 바꿨기 때문』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또 다른 팬은 『프론트의 무능을 돈이 감당하지 못했다』며 허탈해하기도 했다. 『내년엔 김모감독이 감독으로 부임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바다건너 메이저리그에도 올시즌 삼성처럼 돈을 많이 들인 팀이 있다. LA다저스. 비록 초반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돈을 뿌린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전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적어도 삼성처럼 부실공사는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는 어떤가. 파죽의 10연승은 뿌린대로 거둬들인 알곡이다.
돈 들인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투자에 소홀한 팀이 도태되는 것은 프로스포츠에서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한국의 프로야구만은 유독 예외다. 아무리 돈을 들여도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는 허다하고 반대의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한국적 특수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프론트와 코칭스태프의 무능이 부른 결과로만 보기엔 어쩐지 석연치가 않다.
혹 선수수급과 용병선발 방식 등 제도의 후진성이 불러온 「넌센스」는 아닐까. 내년 시즌부터 용병선발 방식이 트라이아웃에서 자유스카우트로 바뀌고 자유계약선수제도가 도입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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