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소설은 혼자 쓰는게 아니다.PC통신을 통해 작가와 독자들이 함께 쓰는 「쌍방향 소설」이 PC통신문학의 새조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설이란 작가가 혼자서 구상해 집필하는 개인창작이란 것이 정석. 그러나 PC통신이 확대되면서 작가의 집필과정에 독자인 네티즌들도 참여하는 집단창작 형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천리안 문단 코너에 SF환타지소설 「뮤1999」를 연재하고 있는 이도형(32·한의사)씨. 1999년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재해석, 유전자 조작을 한 새로운 인간이 공포의 대왕으로 살아나면서 지구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소설을 쓰고 있다. 고대문명의 반지를 우연히 얻는 주인공 「이미우」(23)가 그 반지를 쫓는 다른 초능력자들과 격돌한다는 줄거리인데 11장까지 글을 올려온 이씨는 지금 12장부터 14장까지 다시 쓰고 있다. 네티즌 독자의 의견을 받아 들여 내용을 수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초반 이미지가 선명하지 못한 것 같다』 『뮤의 활약이 부족한 것 같다』 『스토리의 사실 나열은 명확하지만 색깔이 뚜렷하지 않다』
PC통신을 통해 날라든 이같은 지적때문에 내용이 적잖이 바뀌었고 또 바뀌고 있다. 때문에 소설 속의 주인공 뮤는 좀비마을에 특수부대 군인들이 들어간 뒤에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처음부터 같이 들어가는 걸로 스토리가 변경됐다. 이씨는 또 주인공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심어주기 위해 주인공이 즐겨 입는 티셔츠에 「여자 사냥꾼」이라는 로고도 새겨 넣었다.
이처럼 이씨의 이메일로 날라드는 네티즌독자들의 지적은 한주일에 10여건이 넘을 정도. 『특히 10대들의 경우는 원하는 스토리로 전개가 안될 때 불만을 터뜨릴 정도로 반응이 격렬하다. 네티즌의 요구에 맞춰 초반부터 내용을 수정하다 보니 집필전 구상했던 줄거리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이씨는 얘기한다.
이씨는 또 『이전에는 주위 사람 한두명에게만 보여주었을 소설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으니 작가 입장에서는 네티즌들의 충고가 도움이 된다』고 소개한다.
천리안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PC통신작가들은 모두 80여명. 『연재되고 있는 작품들에 대해 네티즌들의 평가와 제안 등이 문단감상평이나 작가 이메일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천리안 커뮤니티팀 조영상(28)씨는 말한다.
사이버 작가들과 네티즌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합작문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PC통신을 통해 독자들의 의견이 즉각즉각 들어 오니 처음부터 독자의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독자들이 모니터해주니 소설이 독자의 구미에 맞게 쓰여져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등의 의견이 찬성론이다. 때문에 기성작가는 아날로그 작가, 사이버 작가는 디지털작가라는 신조어도 유행한다.
이와 관련 천리안은 지난달 토론회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작가 이문열씨는 『사이버문학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험적인 문학으로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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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네티즌의 이메일
작가의 편지 『「폭풍을 잠재우는 의지의 영광을, 머리위로 비춰지는 희미한 빛줄기를 바라보며, 타오르는 불꽃속에 녹아버렸던 자신의 흔적을 찾을때」 제목 그대로입니다. 원하시는 닉네임을 적어서 제게 메일을 보내 주세요. 최소한 죽이는 것은 피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독자의 편지 『후후, 오늘 들어와 보니 …소설제목 목향!!! 와, 이 기쁨. 내용이 뭐였더라 하고 76을 다시 보니 과연 흥미진진, 과연 드래곤과 싸울 것인가. 기대되네 다크가 드디어 칼을 뽑았어요. 몇년 만에 칼을 뽑은 걸까』
독자의 편지 『레몬드님이 컴퓨터 사정으로 소설 올리는 것이 늦어진다고요. 부탁하는데요. 늦어지면 늦어진다고, 사정이 생기면 바로 연락주세요. 사정이 있다면 뭐라 할 수도 없고. 약속이란 의미를 생각하신다면 다음부터 꼭 지켜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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