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은 최근 대구·합천 방문길에 『전직대통령의 문화를 창조하고 싶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전직대통령의 문화」에 대해서는 『훈수 둘 일 있으면 훈수나 두고 공식 외교라인으로 일이 안풀릴 때는 대통령 특사로 나설 수도 있고…』라고 부연했다. 이 「훈수론」은 원론적으로는 나무랄데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작 전전대통령의 처신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최근 전전대통령의 움직임은 조심스러우면서도 활발하다. 그리고 요란하다. 한번 거동하면 많은 측근들이 항상 수행한다. 마치 「5공은 살아있다」는 위세과시의 인상을 풍긴다. 이번 고향길에도 장세동(張世東)전안기부장 등 「5공사단」 20여명이 동행했다. 이들중에는 자천타천으로 16대 총선을 겨냥, 표밭갈이에 나선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전전대통령은 대구 방문길에 구속당시 석방촉구 서명운동을 해 준 2개 다방을 찾아가 고마움을 전했다. 성의표시라고 할 수 있지만 5공의 민심얻기 차원으로 해석될 여지도 많다. 전씨가 5공신당설을 부인해도 막후에서 측근들을 통한 정치 재개를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부산출신의 한 의원은 『요즘 김영삼 전대통령을 떠올릴 때마다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환란의 몸통」이라는 멍에를 쓴 채 자택에 갇혀 지내다시피하다 퇴임후 첫 고향 나들이에서 「폭탄발언」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모습이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김전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다소 편차가 있지만 아무래도 주조는 부정적이다. 전직 국가원수라기보다는 여전히 영향력의 확대를 추구하는 현역 정치인의 행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전대통령의 공천으로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 조차도 『현 정권이 서운하게 한다고 해서 전직대통령 답지 않은 언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건국대 최한수(崔漢秀)교수는 『김대중대통령과 오랜세월 정치대결을 벌여온 「인간 YS」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나, 시기적으로 사려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전대통령은 14일 저녁 지난번 부산 방문때 성심껏 도와준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의원을 상도동 자택으로 불러 사의를 표했다. 정의원은 『앞으로 지역감정 해소와 남북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으나 김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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