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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을] 북경반점 "자장면 향기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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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을] 북경반점 "자장면 향기를 아세요"

입력
1999.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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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살던 청년이 춘장단지를 들고 중국집을 찾아온다. 주인 한사장(신구)의 죽마고우(양재춘)아들인 양한국(김석훈)이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북경반점」. 한사장은 천연 춘장을 고집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사람들의 입맛도 달라졌다. 맞은편엔 으리으리한 중국집 「만리장성」까지 들어섰다.춘장에 몰래 캐러멜을 섞어쓰다 한사장에게 들켜 「만리장성」으로 떠나는 주방장(명계남), 금고를 털어 도망간 요리사 라면(정웅인)때문에 쓰러진 한사장과 「북경반점」. 양한국과 한사장의 딸 미래(명세빈), 돌아온 라면과 배달원 창원(김중기), 막내 택중(정준). 이들이 모두 힘을 합해 다시 중국집을 일으켜 세운다. 천연의 맛을 고집하는 최고의 자장면 「신화」로.

허름한 중국집. 의자와 탁자는 낡았고 실내장식도 소박하다. 혼자 거창하게 먹기도 그렇고, 허기나 면할 생각으로 자장면을 시킨다. 그런데 뜻밖에 맛이 너무 좋다. 식당 이름을 확인하고, 카운터에 앉아 있는 주인을 흘끔 본다.

「북경반점」(24일 개봉)은 그런 영화다. 고집(장인정신)과 정성과 인정이 살아있는 곳. 늙수그레한 한사장의 얼굴에는 맛으로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주방의 별난 젊은이들이 엮어내는 웃음과 감동, 그들이 빚어내는 음식에선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낡은 소설에서 발견한 잊혀진 것들처럼, 옥상에 널린 햐얀 이불호청처럼, 소박하고 살갑다. 젊은 개성들의 충돌이 즐겁고, 깊고 따뜻한 한사장의 마음이 아름답다.

「결혼이야기」의 김의석 감독은 감각적인 멋을 버렸다. 화려한 영상, 극적인 영화장치 보다는 편안한 동선(動線)과 스토리로 주제에 접근했다. 음식에 「욕구」니 「욕망」이니 하는 별난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때문에 영화를 세상과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아닌 「화려하고 극적인 즐거움」으로 생각하면 밋밋하고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북경반점」은 흔한 것, 작은 것,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 정성과 기본지키기의 소중함을 위해 스스로 순진한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장면이 정말 먹고 싶어진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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