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시인 이호우는 노래한다.(시조 「살구꽃 핀 마을」) 살구꽃 벚꽃 목련 진달래 등이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고 있다. 그러나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런 올 봄, 황홀한 개화와 처연한 낙화가 비바람 속에 섞이고 있다. 꽃구경 갈 틈도 주지 않고 아쉬운 봄날이 간다.
■피고지는 꽃들을 보며 나라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국화는 국민통합을 위한 상징이다. 개화기가 7~10월인 우리 무궁화(無窮花)는 아직 피지 않고 있다. 무궁화는 근대의 시련기를 거치며, 그 이름처럼 불멸의 상징으로 겨레의 마음에 자리잡았다. 나라꽃은 법으로 정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풍토와 역사, 문화에 따라 자연스레 탄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중국은 법에 의해 국화를 모란에서 매화로 바꾸었다. 일본은 흔히 벚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황실 문장인 국화(菊花)도 나라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종의 국화를 가진 나라는 일본과 스위스 그리스 뉴질랜드 볼리비아 스페인 등이며, 호주는 3종이다. 미국은 주화(州花)는 있으나 나라꽃은 없다. 영국전체의 국화는 장미지만 독립성이 강한 스코틀랜드(엉겅퀴) 아일랜드(클로버) 웨일스(수선화) 지역은 국화를 하나씩 추가하고 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에델바이스를, 스웨덴과 핀란드는 은방울꽃을 함께 국화로 삼고 있다.
■문단에서는 애국가의 가사가 너무 구투여서 개사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다. 나라꽃에 대해서도 융통성 있게 생각했으면 한다. 무궁화는 아름다움과 기품이 있고 상징성도 높지만, 모두가 친밀감을 갖고 가꾸는 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2000년대가 시작되는 내년쯤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꽃을 또하나의 국화로 갖는다면 어떨까. 더 가깝게 느껴지는 꽃, 더 화사한 희망의 빛깔을 지닌 꽃이 제2의 국화로 정해진다면 또하나의 기쁨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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