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만 연락하라는 사람을 조심하라」살아가다보면 친지 또는 이웃과 금전거래를 하게 되는 수가 있다. 돈을 직접 빌려주지 않더라도 직장등에서 연대보증을 서거나 소기업이나 부동산등에 대한 투자권유를 받는 경우도 많다. 이런 때 혹시 나중에 돈을 떼이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특히 각박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재테크로 재산을 한 푼이라도 불리려는 사람, 실직 후 새 직장이나 사업을 찾으려는 사람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금전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군 고위직에 있다가 승진에서 누락돼 퇴직한 K씨. 퇴직한지 며칠 안돼 한 중소건설회사 P사장으로부터 『대표이사 부사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패배감에 젖어있던 K씨는 친구·친지들에게 체면도 세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회사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지도 않고 수락했다.
회사측은 출근 며칠후 K씨에게 『은행에서 4억원을 빌리려 하는데 형식적으로 필요하다』며 담보를 요구했고 K씨는 별 생각없이 집을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P씨는 돈을 찾아 잠적했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회사는 간판만 남은 빈껍데기였다.
최근 대기업에서 퇴사한 L모씨(50)는 먼 친척에게 당한 케이스다. L씨는 외가쪽 친척인 C씨(섬유제조업 사장)에 대해 평소「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최근 C씨가 고급차를 타고 찾아와 핸드폰번호가 적힌 명함을 주며『월20% 이자를 쳐줄테니 5,000만원만 빌려주면 2개월 내에 갚겠다』고 제안하자 L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선뜻 내놓았다. 그러나 그 회사는 이미 부도난 상태였고 C씨는 여기저기서 돈을 거둬 해외로 도피했다.
전문가들은 연락이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높은 이자를 준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나 친인척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현재 신용상태를 면밀히 확인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직장연락처를 적어주었지만 전화를 걸면 자꾸 피하거나, 사업장이 부인이나 친·인척등 타인 명의로 돼 있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돈을 빌려줄 때는 물론, 사업을 함께 하자는 사람이 나타나면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 사람의 현재 신용상태를 다각적으로 살펴본 후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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