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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시민] 서울대 건물숲에 관악산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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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시민] 서울대 건물숲에 관악산 `신음'

입력
1999.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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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송환(36)씨는 최근 오랫만에 모교인 서울대를 찾았다 깜짝 놀랐다.축축 늘어진 아름드리 나무,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밭, 널디 넓은 운동장은 간데 없고 캠퍼스가 온통 건물로 뒤덮여있었기 때문이다. 지상 16층의 공학관은 스카이라인을 파괴하고 관악산 조망권을 침해해 특히 눈에 거슬렸다. 거름 냄새를 맡아가며 즐겨 찾던 후문 부근 낙성대 숲에도 재벌기업의 이름이 붙은 건물이 즐비했다. 김씨는 『재학 시절 어디를 둘러봐도 숲이 먼저 보였으나 지금은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길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며 아쉬워한다.

현재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건물은 169개동. 서울대는 이밖에 17개 건물을 짓고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11개 건물을 더 짓겠다고 관악구청에 건축 협의를 요청해놓고있다. 문제는 관악산이 서울대의 보금자리이기도 하지만 서울시민이 즐겨찾는 몇안되는 대규모 녹지공간라는 점. 북한산과 함께 관악산은 휴일마다 등산객들이 줄을 잇고있다. 등산객들은 관악산 자락에 건물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자연 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는 학교 발전을 위해 시설 확충이 불가피하다며 건물을 계속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와 지역 환경단체 등은 갈등을 빚고있다. 지난 7일에는 서울대의 건축 계획을 둘러싼 공청회까지 열렸다.

서울대는 정문, 공대, 약대, 기숙사 부근 등에 건물을 짓고 있거나 지을 계획이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후문 부근. 서울대중에서도 숲이 특히 좋았던 후문 부근에는 현재 3개 건물의 공사가 진행중이고 4개 건물의 공사가 계획돼있다. 관악산을 지키는 시민모임의 이후용(李厚容)대표는 『20년전만해도 나무가 빽빽하고 맑은 물이 흘렀다』며 『그러나 서울대가 야금야금 녹지를 갉아먹고 건물을 지어온 바람에 그때 모습을 찾아볼 길이 없다』고 말했다.

후문 부근에서도 2003년 완공 예정인 지상 11층의 농업생명과학대 건물이 특히 환경 훼손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 건물은 해발 110㎙ 지점에 들어서는데 건물 높이를 합치면 전체 높이가 140㎙를 넘어 관악산 자락 국수봉(해발 170㎙)을 대부분 가린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주장. 수의과대학 건물도 10층이나 돼 스카이라인을 해치고 조망권을 침범하기는 마찬가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대는 환경 훼손의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이공계의 경우 실험실습기자재를 건물 복도에 쌓아둘 정도로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며 『서울대를 세계적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선 기본적인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원의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수의과대학을 관악캠퍼스로 옮겨오기로 한 이상 이들 대학을 위한 별도 건물은 반드시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생태계보전시민모임 회원인 이수용(李秀用)씨는 『다른 대학은 캠퍼스를 지방으로 이전하는데 왜 서울대만 지방 캠퍼스를 서울로 옮겨오려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현재 관악산 자락중 서울대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학교시설지역은 117만8,000평 정도. 이중 실제 건물이 들어선 지역은 30만평 정도다. 전체 건축면적으로만 볼 때 건폐율은 4.7%, 용적률은 15%에 불과, 아직 공간적 여유가 많다는 게 서울대의 주장이다. 학생 1인당 시설면적도 19.5㎡로 일본 도쿄(東京)대 24.1㎡,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31.7㎡ 등 외국 대학에 비해 좁은 편이라는 서울대의 설명이다.

서울대의 건축 계획에 대해 서울시와 관악구청은 내심 탐탁치않아 하고있다. 서울시는 서울대를 포함, 관악구 신림동 일대를 고도제한구역으로 지정, 일정 층수 이상의 건물은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관악구는 서울대측에 『임상이 좋은 곳은 보전하라』는 협조공문까지 보냈다. 서울대가 한경단체들의 비판을 어떻게 해결할 지 주목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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