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2월 초순 요르단으로 향하던 미국 대통령 전용기에는 4명의 「대통령」이 타고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과 포드 카터 부시 등 전직 대통령들이었다. 이들은 중동문제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누었다.이즈음 우리나라에서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경제청문회 출석여부가 한창 논란이 됐다. 이후 김전대통령은 현 정권과 현직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도를 넘는 감정적 험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국과 한국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삽화다. 전자는 조화와 이성을, 후자는 갈등과 반이성을 느끼게 한다. 김전대통령처럼 노골적이지 않지만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 주변의 집단적 움직임도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민심은 냉소와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연구소, 사회활동, 회고록 집필, 강연 등의 활동을 통해 정치 외곽에서 나라일을 돕는데 비해 우리 전직 대통령들은 계속 정치권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정치성 활동이 그 자체로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적 정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제도적 차원에서 오히려 전직 대통령에게 적절한 활동공간을 만들어주고, 그럼으로써 바람직한 전직 대통령의 문화를 형성하도록 적극 도와야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김광웅(金光雄), 고려대 함성득(咸成得)교수는 『최근의 YS 언행은 납득할 수 없지만 차제에 정부도 전직 대통령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교수는 『미국 정부는 법률에 근거,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이나 연구소를 건립하고 그들의 각종 활동을 지원한다』며 『우리도 유사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우리 정치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단죄로 점철돼왔다』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YS의 행태가 도를 지나친다해도 포용하고 관용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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