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격증이 어디 남성들만의 몫이랴」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교육소프트웨어진흥센터. 인터넷실용능력자격인증시험(IPCT) 여성 합격자 간담회가 열렸다. 여성 인터넷 이용자들의 저변확대를 위한 의견과 합격후 소감 등을 나누기 위한 자리.
6명의 합격자들은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동창생」이라는 동질감때문인지 아무런 허물없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전공학과가 맘에 안들어서』『회사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어서』『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니까』 시험을 보게된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게선 「전문 여성」으로서의 「끼」가 물씬 풍겨난다.
여행사에 근무하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직장을 그만둔 주부 서지영(徐芝英·30)씨. 한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재취업훈련과정을 2달간 이수한 끝에 같은해 10월 IPCT 자격증을 거머쥐었다. 『여행사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나를 무장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밤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했습니다』 서씨는 곧바로 ㈜하나투어에 취직, 현재 세계여행정보를 구축하는 업무를 맡고있다.
세살배기 아들을 둔 방선윤(方宣允·28)씨는 「넷맹」에서 전문가로 화려하게 변신한 경우. 이화여대 전산과를 94년 졸업했지만 방씨가 학교를 다닐 당시만해도 인터넷은 국내에선 몹시 생소했다. 『지난해 9월 모교에서 박물관 웹마스터로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어요. 전산과를 졸업했으니 당연히 인터넷을 사용할줄 안다고 생각했던거죠』 오기가 생겨 밤마다 우는 아이를 달래가며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책을 들여다보며 혼자 독학했다. 지금은 한때 유학을 갔던 미 오레곤주 주민들에게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웹진을 준비중일 정도.
시스템통합(SI)업체인 신세계I&C 경영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정희(柳貞姬·29)씨는 업무와는 별로 상관없는 전공때문에 시험에 응시했다. 『불문학을 전공하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을 하자니 회사에서 인정받기가 어려웠죠. 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시험에 도전했어요』 게다가 IMF시대에 「사내커플 1호」라는 부담스런 꼬리표도 자격증을 따게 된 계기였다.
국민은행 전자금융부에 근무하고 있는 성은주(成銀珠·24)씨는 홈뱅킹이나 CD기 등을 관리하는게 주업무. 『자격증을 취득하니까 맡고있는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아직은 학생신분인 인정임(印靜妊·23·숙명여대 중문과)씨와 김숙경(金淑慶·23·성신여대 유아교육과)씨에게는 미래의 안정적인 직장확보를 위한 투자인 셈.
『인터넷 쇼핑몰 등 앞으로 인터넷 시장은 여성들이 주도해 나갈겁니다. 인터넷이 생활화하는 밀레니엄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여성이 되기 위해서 나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볼만 합니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느라 컴퓨터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주부들,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워드프로세서만 사용하는 여대생들. 6명의 전문 여성들이 그들에게 던지는 애정어린 조언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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