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가는 길목으로 유명해진 강원 동해시. 금강산을 오가는 관광객들의 분주한 발길이 잠시 머물다 훌쩍 떠나버린다. 그러나 동해는 그 자체가 산, 계곡, 바다, 동굴등 절묘한 비경에 둘러싸인 천혜의 관광지. 금강산관광의 여운이 남아있다면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하다.동해권 관광지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을 꼽는다면 단연 무릉계곡. 과거에는 아름드리 해송이 늘어선 송정리 바닷가를 제1경으로 쳤다. 70년대말 항구를 만드느라 나무를 베어내고 백사장을 시멘트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뒤에는 무릉계곡이 이 곳의 경치를 대표하게 됐다.
두타산(1,352㎙)과 청옥산(1403㎙)의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무릉계곡은 「무릉도원」에서 따온 이름에 손색이 없다. 바위만을 골라 길을 내고 그 길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은 웬만큼 큰 비가 쏟아져도 탁해지지 않는다. 그 명료한 아름다움에 힘입어 1977년 일찌감치 국민관광지 1호로 지정됐다.
「두타산 들머리에/ 솔개로 내린 산사(山寺)/ 먼 숲속 꿩소리에/ 날아갈 듯 하다가도/ 낮밤을 화엄경으로/ 하늘빛을 닦고 있네」(김순환의 「삼화사」)
계곡은 고즈넉한 운치 속에 잠겨있는 삼화사에서 시작한다.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삼화사의 앞뜰격인 무릉반석. 300~400명이 올라가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너럭바위가 물과 바람에 깎여 거대한 마루가 되었다. 옛부터 많은 선비들이 무릉반석에 올라 경치와 술에 취해 시를 읊고 이름을 새겨놓았다. 반석을 가득 덮은 글씨 중에는 조선시대 명필 양봉래의 솜씨도 있다.
삼화사에서 무릉계곡의 백미인 용추폭포까지는 1.2㎞. 걸어서 40~50분 정도 걸린다. 절반쯤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학소대가 펼쳐진다. 비스듬히 누운 바위 꼭대기에서 하얀 물줄기가 대각선으로 비켜 흐른다. 힘차게 날아오르는 학의 모습이다.
용추폭포에 거의 다다르면 거친 물소리의 쌍둥이폭포가 반긴다. 용추폭포의 아랫물과 박달재에서 흐르는 박달폭포가 만나는 곳이다. 두 계곡물이 폭포로하나가 되는 쌍폭은 흔치 않은 비경이다.
용추폭포는 3단 폭포이다. 청옥산 바른골을 흐르던 물이 높이 60여㎙의 바위를 만나 떨어지면서 두 곳에 웅덩이를 파고 쉬면서 떨어진다. 비온 뒤 수량이 많아지면 옆사람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물소리가 우렁차다. 폭포의 옆으로 문간재를 오르는 철골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 계단을 오르면 폭포의 모습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내친김에 두타산이나 청옥산 정상까지 오르고 싶지만 쉬운 등산으로 생각하면 낭패를 본다. 두 산은 가파르고 보행거리가 길다. 용추폭포에서 4시간여 산행이 아닌 고행(苦行)을 해야한다. 물론 정상에서는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동쪽으로는 동해바다의 푸른 수평선이, 다른 방향으로는 태백준령이 펼쳐진다. 맑은 날 정상에서 일출을 맞으면 해가 떠오르기 직전 울릉도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동해=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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