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의 갈팡질팡 행보가 심각하다. 프로야구의 중흥을 외치고는 있지만 최근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회의스럽기만 하다. 장기적인 안목은 물론 원칙도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13일 KBO 이사회는 이번 시즌부터 「와일드카드제」를 도입한다고 결정했다.한 리그 3위팀이 타 리그 2위팀보다 승률이 높을 경우 이들끼리 3전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벌여 4강 진출팀을 가리도록 한다는게 골자다.
명분은 시즌 종반까지 각팀이 최선을 다하도록 분발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각 리그 1,2위 팀간의 크로스토너먼트로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리는 방식일 때는 중반께 순위가 분명하게 갈라질 경우 페넌트레이스 자체가 맥이 빠질 가능성이 있고 또 상대팀을 고르기 위해 일부러 져주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기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관중동원에 유리한 포스트시즌 경기수를 더 늘리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현격하게 줄어든 관중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겠다는 뜻으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령모개식 행정만은 쉽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와일드카드제」는 지난 연말 이사회에서 이미 상정이 됐던 안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 시즌을 치르고 난 뒤 그 결과를 보고 거론하자는 의견이 우세해 폐기됐었다. 그런데 시즌에 들어간지 10일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점들을 새삼 인식한 모양인지 대회 요강자체를 바꿨다. 팬들의 혼란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또 한 리그에서 3팀이 4강에 올라 양대 리그제의 의미를 훼손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설명도 없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한 시즌의 큰 틀을 짰다가 갑작스런 우려때문에 그 틀을 뜯어 고치는 단견과 즉흥 행정은 프로스포츠의 대표주자로 자부하는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기구로서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비난은 순간일 뿐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이같은 비난에다 불신까지 쌓이면 프로야구 중흥론은 구두선이 되기 쉽다.
김삼우기자 sam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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