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연수원 강연, "인간이 법보다 우선" 강조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법조인이 되어달라』
예비법조인들을 위해 14일 사법연수원을 찾은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무엇보다 인간에 대해 고뇌하는 법조인상을 강조했다.
김추기경은 「법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회에서 과거 군사정권시절에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하면서 『이는 법을 인간보다 우선한데서 온 폐해』라고 비판했다.
김추기경은 물증없이 고문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양심수의 예를 들고 법우선주의가 빚은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김추기경은 이어 『신문은 잘 보느냐』며 사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뒤 『최근 언론보도에서 보듯 국민의 정부에서도 공안사건 출소자에 대한 사찰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법 운용을 잘해야 올바른 법치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자 김추기경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인용하며 강연을 계속했다. 김추기경은 『소설속의 자베르 형사와 장발장은 각각 법의 화신과 인간성의 화신으로서 치열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나 결국 자베르는 장발장의 인간성에 감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이 소설이 던지고 있는 의미는 「모든 법에 우선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평범한 가르침』이라고 설파했다.
김추기경은 강연후 일문일답에서『죄를 용서하라는 종교적 가르침과 사형까지 내려야 하는 판사의 업무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라는 한 연수생의 질문에는 『인간으로서 용서하되 국가를 대표한 법관인 만큼 공정히 판결해야 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법의 잣대로 볼 수 없고 법관도 잘못을 할 수 있는 만큼 항상 고뇌하고 최선을 다하는 법조인이 돼 달라』고 다시 당부하는 추기경에게 자리를 메운 700여명의 연수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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